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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혈육 어디에…/이름·나이·고향 모르는 가족찾기모임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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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혈육 어디에…/이름·나이·고향 모르는 가족찾기모임 회원들

입력
1997.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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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골공원 한쪽벽에 한맺힌 사연들 붙여『김현숙. 28세. 7세때, 공사장에서 식당일을 하던 엄마가 「쌀 사올테니 아버지 깨시거든 밥 먹어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습니다』 5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헤어진 부모 형제를 찾는 애끊는 절규가 벽 한쪽 귀퉁이에 가지런히 걸려 있었다.

어려웠던 60, 70년대. 입이나 덜자며 고아원으로, 친척집으로 흩어졌다가 혈육과 소식이 끊긴 사람들이 가족을 찾아나섰다. 「어려서 헤어진 가족찾기 모임」회원들이다. 젖먹이였거나 코흘리개 시절의 실낱같은 기억을 더듬어 가족을 찾을 단서를 적어 붙였고, 기억조차 없으면 신체 특징을 적었다. 한 40대 남자는 「갓난아이 때 충북 진천의 한 논두렁에서 울고 있다가 동네 주민의 집에 맡겨졌다」고 적었고, 30대 여자는 「색동옷 입고 서울의 어느 공원에 놀러갔다가 화장실 간다던 엄마가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았다」고 적었다.

이 모임은 지난해 어버이날(5월8일) 만들어졌다. 옛 직장동료나 전우 등을 찾아주는 사업을 펴던 계간지 「보고싶은 얼굴(대표 정건화)」측에 『잃어버린 가족도 찾아주느냐』고 문의하던 사람들이 서로 애달픈 사연이나 나누자며 결성한 것. 16명으로 출발한 모임은 현재 250여명의 대식구로 늘었다. 오빠를 찾는다는 40대 한 아주머니는 『그나마 이름과 나이나 고향을 아는 이들은 방송사가 나서서 도와주지만 우리는 어디서도 도움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어딘가에서 나를 찾고 있을 것 같은 오빠를 생각하면 죽을 때까지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1일부터 행사를 시작한 이들은 7일까지 탑골공원에 머물다가 부산 대구 광주 등 전국을 순회할 계획이다. 가족과 직장 때문에 현장에 상주할 수 없어 패널은 지역 회원들이 서로 관리해주기로 했다. 10세때 집을 떠난 오빠를 찾는다는 김모(37·여)씨는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 그나마 요즘은 살 맛이 난다』고 말했다. 가족찾기모임 연락처 (02)246―2274<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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