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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한잔의 맛과 멋/와인 명품 어떤게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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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한잔의 맛과 멋/와인 명품 어떤게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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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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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소득 1만달러이상이 되면 포도주 소비가 늘어난다는 와인업계의 주장을 입증이라도 하듯 최근 2∼3년 사이 와인을 접할 기회가 크게 늘어났다. 심장병이나 치매를 예방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자 시중의 적포도주가 동이 나는 소동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96년 우리 나라 주류시장에서 포도주가 차지하는 비율은 0.2%. 그러나 증가율은 놀라울 정도다. 특히 외국포도주의 수입량은 매년 50%이상의 증가율을 보여 97년 5월까지 포도주 수입량은 1,110만 8,000달러어치로 지난해 동기에 비해 105%나 증가했다(무역협회 자료). 포도주는 과연 어떻게 마셔야 좋을까.포도주는 어느 해에 딴 포도인지 어느 농장에서 만든 것인지에 따라 등급이 있다. 프랑스에서는 생산 농장에 따라 그랑크뤼, 크뤼라는 등급제도를 두고 있으며 독일 이탈리아 등에도 등급제도가 있어 고급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기준이 된다. 그러나 이 등급이 전부는 아니다. 원료인 포도가 기후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등급이 높은 농장에서 생산된 것이라도 그 해 생산된 포도가 좋아야 품질을 인정받을 수 있다.

미국 와인 잡지 「와인 스펙테이터」에 따르면 프랑스 보르도 지방의 적포도주라면 90년산은 100점 만점에 97점으로 계속 보관해도 되지만 92년 것은 72점으로 저장할 가치가 없다고 한다. 각 지방별로 점수가 약간씩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가장 좋았던 해는 88, 89, 90년. 생산 연도를 기입하지 않는 샴페인도 86, 90년이 좋은 해이다. 올해도 좋은 해라는 현지의 평가다.

5월 프랑스 소믈리에 대회에 참석했던 와인 전문가 허동조(34)씨는 『포도주 맛에 정답이 없는 것처럼 명품은 그간 쌓아온 명성에 소비자들의 공통된 선호도가 더해져서 가려지게 된다』고 말한다.

적포도주로는 프랑스 버건디 지방의 로마네 콩티, 보르도 포이악 지방의 샤토(포도농장) 페트루스, 샤토 무통-로실드, 샤토 라투르, 샤토 라피드-로쉴드, 보르도 마고지방의 샤토 마고, 보르도 생테밀리옹 지방의 샤토 오존느, 샤토 슈발블랑, 그라브 지방의 샤토 오브리옹이 명품으로 꼽힌다.

백포도주는 보르도 소테른 지방의 샤토 디켐,몽트라세 지방의 슈발리에 몽트라세, 마타드 몽트라세 등이, 발포성 와인인 샴페인은 모에 샹동사의 돔 페리농이 최고 명품.

등급이 높은 농장에서 좋은 해에 생산된 명품은 가격을 따질 수 없을 정도로 고가를 홋가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명품인 로마네 콩티가 400만원대, 샤토 페트루스는 200만원대. 샤토 디켐, 샤토 마고, 샤토 무통―로실드 등은 40만∼50만원대에 우리나라 숍에서도 팔리고 있다. 샴페인 돔 페리농은 13만원대.

그러나 등급이 낮거나 싸다고 해서 맛이 나쁘다거나 품질이 낮은 것은 아니다. 허씨는 『등급은 100여년전에 정해진 것으로 품질을 결정하는 절대 기준일 수는 없다』며 『이탈리아 미국 스페인 칠레 호주 등의 포도주는 1만∼5만원대로 구입하기 쉬우면서도 마시기에 전혀 손색없다』고 일러준다.<노향란 기자>

◎와인과 음식궁합은?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듯이 육류요리에는 적포도주가, 생선요리에는 백포도주가 잘 어울린다. 그러나 이같은 공식을 꼭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 취향에 따라 육류에 백포도주를 마셔도 큰 잘못은 아니다.

와인은 맛에 따라 크게 「드라이」타입과 「스위트」타입으로 나눈다. 드라이타입은 타닌 성분이 많아 떫은 맛이 강한 것으로 드라이한 백포도주에는 조개 고등어 소시지 중국음식 등 향이 강한 음식이 잘 어울린다. 이에 비해 「소테른」(지역명)와인 같이 달콤한 백포도주는 과일이나 케이크 파이 등 후식과 먹으며 스낵이나 건포도와는 「포트」나 「셰리」라는 이름이 붙은 와인이 제격. 최상급 포도주인 「샤토 페트루스」(농장명)는 바비큐나 맛이 짙은 치즈가 찰떡 궁합이다.

반주가 아니고 포도주만 마시게 된다면 가장 잘 어울리는 안주는 치즈. 치즈의 짠 맛이 포도주의 떫은 맛을 중화시켜주기 때문이다. 동양매직요리교실 이동순 소장은 『좀 더 정성을 들인다면 치즈튀김샐러드 굴초회 새우카나페가 좋다』고 권한다.

맵고 짠 우리 음식과는 어떨까. 국내 최초의 소믈리에인 신라호텔 서한정씨는 『국물이 많고 양념이 짙은 음식만 아니라면 잘 어울릴 수 있다』고 말한다. 서씨는 등심구이 주물럭 삼겹살과는 숙성이 잘된 드라이한 보르도산 적포도주를, 불고기 찜 등 양념이 많이 든 음식에는 보르도 「포메롤」 「생테밀리옹」 등 고급 적포도주를 곁들이면 훌륭하다고 추천한다. 생선회에는 약간 단맛이 나는 프랑스산 「샤블리」 「상세르」(지역명)나 독일산 백포도주가 제격. 그러나 생선구이에는 신맛이 강한 프랑스산 백포도주 「몽트라세」(지역명), 미국 호주산 백포도주가 좋다.<노향란 기자>

◎수입품에 밀린 국산와인/77년 ‘마주앙’ 첫선불구 외국산 점유율 66.8%/수입량 불·독·이 순

우리 나라에 포도주가 본격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77년. 두산백화가 출시한 마주앙이 첫 작품. 해태 진로 백화양조 등 7개 회사가 포도주를 만들어내지만 시장 점유율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96년 국내포도주 점유율은 33.2%로 전년에 비교해 23.7%나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이에 비해 수입포도주는 66.8%로 전년도에 비해 점유율이 14.8%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포도의 생산량이 적고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 점유율이 낮아지는 이유. 최근에는 한살림 등 생활협동조합을 통해 포도 농가에서 직접 만들어 계약 생산한 포도주가 유통돼 인기를 끌고 있으나 물량이 많지 않다.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포도주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미국 스페인 호주의 순. 국가별로 생산량이 가장 많은 곳은 이탈리아이지만 가장 인기가 있는 것은 역시 프랑스다. 최근에는 호주 칠레 뉴질랜드 등에서 생산된 포도주의 수입물량이 점점 늘고 있다.

수입이 늘면서 외국 포도주를 무료로 맛볼 수 있는 시음 기회도 생겨나고 있다. 수입물량이 많은 프랑스 독일의 상공회의소가 주로 연다. 한독상공회의소는 14일 상오 11시 신라호텔에서 11개 독일 포도주를 맛보는 무료 시음회를 가지며 봄 가을에 한 차례씩 일년에 두번 연다. 프랑스 상공회의소는 보르도 포도주 시음회를 매년 10월 말께 연다.

◎와인마시기 매너

포도주 애호가들이 강조하는 매너는 첫째 맥주나 소주 마시듯이 꿀꺽꿀꺽 많은 양을 한번에 마시지 않는 것. 한모금을 입에 넣으면 공기를 약간 들이마셔 입천장 혀 목 코로 향기와 맛을 느끼는 것이 제대로 마시는 법이다. 마시는 순서는 코 입 목의 순. 우선 잔에 따라진 포도주의 향기를 맡고 한모금을 머금어 맛을 본뒤 목구멍에 남겨진 포도주의 잔향을 즐기는 것. 둘째 잔의 입구를 부딪쳐 건배를 하는 것도 금물이다. 포도주 잔의 입구는 너무 약해 잘못 부딪히면 깨지기 쉽기 때문.

◎와인 애호가/안경환 수출입은행 부부장/좋은 와인 한잔은 백마디 말보다 설득력있는 비즈니스 언어

『와인매너는 국제무대를 뛰는 비즈니스맨들의 필수덕목입니다』

한국수출입은행 전대금융실 부부장 안경환(45)씨는 자타공인 포도주애호가. 그러나 포도주 한잔에서 낭만적인 연애나 달콤한 휴식을 찾는 부류와는 거리가 멀다. 그에게 와인은 비즈니스의 동반자로, 국제협상언어로 격상되어있다.

안씨가 와인의 세계에 매료된 것은 90년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OECD에 파견근무를 나가면서 였다. 그 전까지 결혼기념일 등 특별한 행사때나 마시는 술로 생각했던 와인이 국제무대에서는 중요한 협상테이블의 단골메뉴인 것을 보고 내심 놀랐다. 와인에 대한 매너와 풍부한 상식은 협상파트너의 문화적 수준을 가늠하는 잣대로 평가되고있었다.

『와인은 상대방을 배려하는 세심한 마음가짐을 요구하는 술입니다. 협상중에도 상대방의 와인잔이 비지않도록 계속 신경을 써야합니다. 또 얼음통에 재어 차게 마시는 백포도주는 냉각온도가 고르게 유지되도록 병을 살살 돌려줘야해요. 한마디로 타인지향성(You Attitude)의 술이죠. 잘 준비된 와인은 백마디의 말보다 상대방을 설득하는 힘을 갖고있습니다』

현 직장 외에 「인 비노 베리타스」라는 와인클럽 총무로 활동중인 안씨는 앞으로 국제 비즈니스맨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와인매너를 가르치고 그러므로써 국내 음주문화를 바꾸는데 일조하겠다는 포부도 갖고있다.<이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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