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미 행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국가가 지원하는 테러리즘과의 전쟁을 미국 정책의 주요 목표중 하나라고 선언했다. 클린턴 행정부는 이런 맥락에서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 조치를 취하고 있다.미국의 이같은 정책은 그러나 프랑스 석유회사인 토털사가 이란 국영석유회사와 이란에서의 가스전 개발 계약을 함에 따라 도전받고 있다. 79년 이란혁명이후 최대 외국투자인 이 사업에는 러시아의 가즈프롬과 말레이시아의 한 에너지 회사도 참여한다. 리오넬 조스팽 프랑스 총리는 토털사의 계약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환영」을 표시했다.
프랑스의 결정은 미국에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강화하느냐 아니면 프랑스의 움직임을 묵인함으로써 제재를 포기하느냐 하는 근본적인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독일을 비롯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일부 회원국들도 이란과의 경제협력이 이란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 국가는 특히 중도 온건파로 알려진 모하메드 하타미가 대통령에 당선된 5월 이후 이같은 논리를 앞세워 이란과의 경제협력을 꾀하고 있다. 동맹국들은 이처럼 나름대로 이란에 접근하면서 미국의 다마토법(이란에 4,000만달러 이상 투자한 외국기업에 대한 제재를 규정한 법)을 비웃고 있다.
이란은 풍부한 인적자원과 천연자원, 그리고 지정학적 중요성 때문에 걸프 지역에서 막강한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나는 이같은 이유로 국무장관을 지내는 동안 이란을 걸프 정책의 핵심축에 놓으려 했다. 이란을 적으로만 간주해서는 안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이란에 대한 제재조치가 계속되면 중앙아시아에서 생산되는 석유를 전세계로 공급하는 루트가 폐쇄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중앙아시아 주요 산유국들은 러시아 영토내 파이프라인에 의지해야 하고, 그만큼 러시아의 입김이 커질 수 있다.
미국이 현명하다면 이란과의 관계개선을 역설하는 동맹국의 훈계에 오락가락해서는 안된다. 미국 정부는 피동적 자세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대 이란 정책의 틀을 짜놓아야 한다. 물론 미국이 이란과의 관계개선에 앞장선다고 당장 문제가 풀리는 것은 아니다. 불행히도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려는 이란의 별다른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회교 원리주의와 테러리즘에 의지하는 이란의 외교정책은 또 세계의 안정에 여전히 위협이 되고 있다. 하타미 대통령이 국내정책에 있어 전임자들보다 온건노선을 걷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의 온건함이 외교정책에까지 반영될 조짐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나 동맹국들이 미국의 제재조치에 동조, 함께 압박을 가할 경우 이란이 바뀔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미국은 이란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해야 한다. 일부 동맹국은 미국의 제재조치가 심사숙고끝에 나온 게 아니라 국내반발을 무마하려고 마지못해 내놓은 정책으로 잘못 알고 있다. 그리고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이란 제재조치에 관한 동의를 얻어내야 한다.
최근 중국이 이란에 대한 미사일과 핵관련 기술 및 장비 지원을 중단키로 한 것은 고무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동맹국들이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고 나선다면 제재조치의 효과가 극대화할 수 있지만, 반대로 미국이 「나홀로」정책에 집착한다는 비난이 잦아들지 않는다면 이란의 변화도 기대할 수 없다.<정리=이종수 기자>정리=이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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