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동구 등 13개국 진출 국내 3사/6개국서 중복투자 출혈경쟁 폐해 심각해외시장에서 국내 자동차업계끼리의 과당경쟁이 심해지고 있다. 한 나라에 2-3개 업체가 동시에 투자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수출경쟁에서는 가격을 서로 경쟁적으로 인하하는 경우까지 있다.
폴란드에 진출키로 했던 현대자동차가 현지 정부의 승인 백지화위기에까지 몰린 것은 국내업체끼리의 제살깍기 경쟁이 자초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5일 통상산업부와 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업계가 현재 진출해있는 13개국중 6개국에서 국내 업체끼리 중복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다 현재 국내 기업들이 추진중인 투자계획 등을 감안하면 중복투자국가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 자동차업체끼리 가장 경쟁이 심한 곳은 인도네시아. 95년 대우가 자본금 300만달러규모의 에스페로 조립사업을 먼저 시작했으나 기아가 국민차사업이란 이름으로 가세했고 현대도 뛰어들었다. 특히 기아가 수하르토 대통령의 막내아들을 파트너로 잡고 현대는 수하르토 대통령의 둘째아들을 파트너로 정할 정도로 좁은 시장을 놓고 사활을 건 싸움을 하고 있다.
베트남에는 대우가 96년까지 3,200만달러를 투자해 연산 3만대규모의 씨에로조립공장을 건설했다. 그러나 같은해 9월 현대가 베트남에 연산 1만대규모의 엑센트조립공장 건설계약을 맺고 경쟁에 가세했다. 94년 7월 대우는 인도의 자동차사 지분 51%를 인수하는 형태로 합작계약을 체결하고 98년까지 총 10억달러를 투자, 15만대규모의 승용차건설 및 30만대규모의 엔진, 트랜스미션공장을 인도에 건설중이다. 여기에 현대가 96년 2월 단독투자형태로 11억달러를 투자해 2002년까지 엑센트 20만대 생산을 추진중이다.
중국에는 대우가 3,000만달러를 투자해 버스조립공장을 세운데 이어 현대가 5,000만달러를 투자, 소형승합차공장 건설을 추진중이고 루마니아에서도 대우와 현대가 동시에 진출할 전망이다.
이처럼 국내 업체들의 과당경쟁은 동유럽이나 동남아 등 선진국 업체들도 진출을 꺼리는 미개척·신흥시장에 집중돼 있다. 잠재력은 있지만 아직 시장규모가 협소한 나라에 국내 업체들이 시장을 선점한다며 수요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경쟁적으로 하고 있어 앞으로 상당한 후유증이 우려되고 있다.
현대가 동아시아와 유럽을 겨냥해 공장을 세운 터키에서는 기아까지 가세해 경쟁하고 있다.
이같은 과당경쟁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수출시장에서의 지나친 경쟁도 문제이지만 해외공장건설에 중복진출하는 것에 대해서는 국부유출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적절한 제재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이종재 기자>이종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