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년 11만명이었던 응시생이 96년 69만명으로 무려 6배이상 늘었고 올해는 80만명까지 늘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일보 10월29일자 사회면이 전하는 「토익열풍」의 현장이다. 이로인해 토익 주관기관인 국제교류진흥회가 출제기관인 미국 ETS사에 지불해야할 금년 로열티가 2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같은 맥락에서 요즘 언론들은 『대학의 인문과목 강의실이 거의 개점휴업 상태』라고 전한다. 학년과 학과를 가릴 것없이 모두가 외국어와 전산학 강의 등으로만 몰리거나 아예 휴학후 외국연수 길에 오르는 까닭이다. 정보화시대의 취업전선에서 남보다 앞선 경쟁력을 갖추려는 대학생들의 고민과 어쩔 수 없는 선택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기업의 신입사원 채용뿐 아니라, 대학의 졸업사정이나 대학원시험에서까지 토익점수와 컴퓨터기능을 「신성시」 하니 상아탑의 낭만과 정열을 논하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으로 여겨질 법도 하다.
이렇듯 오늘날의 「취업대란」은 이성의 회복과 세계관의 확대에 몰두해야할 대학마저 과외학원 또는 고시학원으로 변질시키고 이른바 「인문학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그래서 이화여대 이인화 교수는 『취업이 어려울수록 새로운 인력의 가장 큰 덕목은 창조성과 전문성이다. 학원들은 일자리를 줄순있어도 평생의 일은 줄 수가 없다』라고 개탄한다.
경우야 다르지만 정치판에도 작금 「구인―구직대란」이 한창이다. DJP후보단일화로 「주식회사 DJ」의 몸집을 크게 키운 국민회의는 성향과 전력을 가리지않은채 사람들을 긁어모으며 통추 등과의 또다른 「M&A」를 모색중이다. 이 틈을 이용, JP는 50%의 공동정권 지분과 내각제 하에서의 수상이라는 엄청난 몸값을 받아냈다. 밖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이런 양상이 신한국당이나 국민신당에서도 들끓고 있음은 불문가지다. 반면 반DJP 국민연대를 내세운 사람들은 어느 진영에 취업해야할지를 놓고 오락가락이다. 시간을 끌면 아예 취업의 문이 닫혀 「정치적 명예퇴직」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묻어난다.
이같은 정치권의 취업대란은 스스로 자초한 것이지만 그에 따른 정치리더십의 위기는 이 나라에 드리운 또 하나의 어두운 그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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