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군장교… 미군통역관… 일 밀항/한평생 조국등진 떠돌이 삶의 비극원시적 공산주의자로 6·25전쟁중 인민군장교로 참전했던 서울대생, 사회주의 이론의 허구성을 깨닫고 탈영해서는 미군의 종군통역관, 전쟁의 반인륜성을 목격하고는 일본밀항, 그리고 중동 아프리카 유럽 미국 대만 홍콩을 전전하며 평생을 조국을 떠나 보낸 삶.
『모든 이데올로기는 픽션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일본국적의 재일동포작가 북영일(기타 에이이치·69)씨의 생애는 한국현대사의 비극 그 자체이다. 최인훈씨의 소설 「광장」의 주인공 「이명준」의 삶이 그에게는 허구가 아닌 현실이다. 그가 6일까지 경주에서 열리고 있는 제4차 한·일 작가회의 참석차 내한했다. 때맞춰 자전적 소설 3부작 중 「혁명은 왔건마는」 「잘 있거라 전장이여」에 이어 완결편 「자유의 땅은 어디냐」(우석 발행)도 번역돼 나왔다.
이상주의적 행동인이었으면서도 현실 앞에서는 어쩔 수 없이 소심하고 나약한 지식인일 수 밖에 없었던 그의 삶, 그가 소설로 써 내보인 자신의 생애는 역사를 견뎌야 하는 인간 내면의 기미를 가감없이 보여준다. 살기 위해 조국을 버리고 국외를 떠돌며 오키나와인, 필리핀인, 중국인, 마카오인, 미얀마인 행세를 했다. 남한으로 돌아오면 「국가전복죄」, 북조선으로 가면 「반혁명죄」로 처단될 것이 『무서워서』 어디로도 갈 수 없었다. 성공한 사업가를 거쳐 어릴적부터 꿈꿔오던 문학을 시작한 그는 87년 이후 써낸 3부작으로 일본문단의 주목을 받았고 『그 책을 면죄부로 삼아』 88올림픽 직전에야 일본 이름·여권을 갖고 도둑처럼 조국 땅을 밟았다. 이후 일본대표 자격으로 93년 부터 국내 문인들과도 교류하고 생존해 있는 남동생, 동창도 찾았다. 충남 천안이 고향. 그러나 아직도 「변가」라고 자신의 성씨를 알려줄뿐 본명 밝히기를 여전히 꺼린다. 그의 소설 주인공 이름은 평범한 한국 성씨를 가진 「김철」이다. 진정 그가 찾는 「자유의 땅」은 어디일까. 『신이 인간을 만들었다면, 신을 고발해야겠다』는 절규 같은 그의 인간 인식은 너무 비극적이지만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우리의 현실은 또 어떠한가.<하종오 기자>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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