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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LA 블랙박사/연 250회 뇌종양수술 ‘의료계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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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LA 블랙박사/연 250회 뇌종양수술 ‘의료계 영웅’

입력
1997.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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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지 11월10일자 특집호/타의사 포기 종양도 그의 메스엔 ‘두손’/유럽·일·중동 등 세계서 환자 몰려현대 의학은 2,400년전부터 인류가 축적해온 기술 덕분에 눈부신 발전을 이룩했다. 의사의 사명은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축약돼 있으며 이 전통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해 20세기 생물의학(Biomedical)의 진전상을 특집보도한데 이어 올 11월 10일자 특집호에 의학발달에 지대한 공을 세운 의료계 영웅들을 소개했다. 이 영웅들은 의사에 국한되지 않으며 간호사 의료기사 약초를 비롯한 신약개발자 등 불치병과 싸우는 모든 사람이 망라됐다. 생면부지의 환자에게 골수를 기증한 뒤 자신도 피나는 고통을 겪었던 한 미국인 여성은 골수기증 이유를 묻자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데 망설일 수 없었다』고 대답했다. 이같은 심정으로 연구실에서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은 한두명이 아니다. 본보는 타임의 이번 특집기사중 첫번째로 뇌종양 권위자인 케이스 블랙 박사를 소개한다.<편집자 주>

뇌종양을 앓고 있는 멜린다 슐러씨는 만약 10년전 병을 얻었다면 살아남겠다는 희망을 가질 수 없었을 지 모른다. 그의 뇌는 6분의 1가량이 종양에 뒤덮인 상태였기 때문에 방치할 경우 수개월내 사망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그리고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서 그는 언어와 행동장애를 겪는 것은 물론, 시력과 청력을 상실할 수도 있었다.

10년전인 87년 당시만해도 감히 슐러씨의 두개골에 메스를 대려는 신경외과 의사들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 종양을 너무 적게 제거하면 암세포가 이내 되살아나고, 너무 많이 떼어 내면 치명적인 뇌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등 매우 정교한 기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87년이후 뇌수술 기술은 괄목할만하게 발전했다. 신경외과 의사들은 이런 기술진보에 힘입어 뇌 깊숙이 박힌 종양에도 손을 댈 수 있으며 수술 성공률도 매우 높아졌다.

현재 미국에는 5,000여명의 신경외과 의사가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이중 95%가 넘는 4,900여명은 1년에 고작 대여섯번 뇌종양 수술을 할 뿐 대부분 척추신경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나머지 100명중에서도 절반은 혈관 재생수술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50명 정도만이 「두개골」과 씨름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 50명은 그야말로 뇌종양 전문가로 1년에 평균 100회 정도의 수술을 하고 있다. 특히 UCLA 신경외과교수인 케이스 블랙 박사는 1년에 250회 이상 수술을 한다. 공휴일을 빼고는 매일 뇌종양과 싸우고 있는 셈이다. 그의 명성은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에 널리 알려져 유럽과 중동 일본 호주 등지에서도 환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일반 신경외과 의사들이 포기한 뇌종양도 그에게는 「치료 가능한」 전투대상이 된 지 오래이다. 블랙 박사는 최근 슐러씨의 종양을 성공적으로 제거했다. 슐러씨의 첫수술을 맡았던 네바다주의 한 의사는 운동신경 한복판에 있던 종양에 손을 대지 못했다. 그 의사도 종양을 제거할 수는 있었지만 전신마비가 우려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블랙 박사는 최신 기술인 「내비게이팅(Navigating)」 방법 등을 동원해 정상적인 뇌조직에서 종양만을 제거하는 데 성공, 슐러씨의 생명을 수년동안 연장시킬 수 있었다. 블랙 박사가 이처럼 뇌종양 전문가로 성장한 배경에는 「두개골」에 대한 그의 남다른 사랑이 한몫했다. 그는 초등학교시절부터 해부학에 심취, 부친이 도살장에서 구입해 온 소의 심장을 직접 해부했다. 그리고 고교 2학년때 이미 개를 대상으로 심장 등 장기 이식수술을 하기도 했다.

그의 뇌에 대한 사랑은 미시간대에 입학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그는 처음 뇌를 해부하면서 「뇌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느꼈다. 그는 『예술가를 이해하려면 그의 작품을 연구해야 하듯 신(God)을 이해하려면 뇌를 해부해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신경해부학에 심취하면서 인간의 「의식(Consciousness)」에도 관심을 갖게 됐으며 제대로 된 「뇌」학자가 되기 위해 종교학과 신비주의 사상에도 매료됐다. 킬리만자로산 등을 정복한 등반가이기도 한 블랙 박사는 『자기공명영상촬영(MRI) 등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우리는 조만간 환자가 잠을 자는 듯한 편안한 상태에서 종양만을 제거해낼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정리=이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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