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첫 영예… ‘조용한 쿠데타’뉴질랜드 현 내각의 유일한 여성장관인 제니 시플리(45) 운송장관이 여성으로는 처음 집권 국민당 당수 겸 차기총리로 발탁됐다.
국민당 간부의원 44명은 4일 간부회의를 열고 전날 정계은퇴를 발표한 제임스 볼저(62) 총리 후임으로 시플리 장관을 선출할 것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볼저 총리의 전격적인 은퇴선언과 내각서열 5위에 불과한 운송장관이 차기 총리로 급부상한 데는 현 집권연정의 차기총선에 대한 위기의식이 크게 작용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당과 뉴질랜드제일당(NZF)의 집권연정에 대한 국민신임도는 13%로 수직하락했으며, 연정형태에 대해서도 84%가 불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최근 정부가 주도한 강제 저축프로그램이 강력한 반발을 사면서 90%가 이 법안에 반대, 집권연정은 치명타를 맞았다. 시플리 장관은 3일 밤 볼저 총리에게 「자발적 명예퇴진」과 「표대결에 의한 당수직 박탈」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최후통첩을 전달했고, 볼저 총리는 간부의원 44명중 24명의 고정표를 갖고 있는 시플리 장관에게 결국 백기를 들었다.
시플리 장관은 이날 승인절차를 통해 당수직에 올랐으나 총리직 승계를 위해서는 아직 몇가지 더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연정파트너인 NZF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총리교체에 대한 야당의 정치공세도 막아야 한다. 제1야당인 노동당은 이날 현 연정에 대해 의회신임투표를 요구하겠다고 벼르고 있고, 헬렌 클라크 노동당 당수는 아직 임기가 18개월이나 남아있는 의회에 대한 조기총선을 올 크리스마스 이전에 실시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장로교 목사의 둘째딸로 태어나 두 아이의 어머니인 시플리 장관은 87년 의회에 첫 진출한뒤 사회복지장관(90년), 보건장관(94년)을 거쳐 현 볼저 내각이 출발하면서 운송장관으로 발탁됐다.
사회복지장관시절 복지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가장 사악한 정치인」으로 낙인찍히기도 했지만 강력한 추진력과 거침없는 웅변으로 오히려 뉴질랜드 정계의 떠오르는 별로 각광받았다. 「과거 20년이래 가장 효율적이고 조용한 쿠데타」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그가 과연 상처투성이의 집권연정을 어떻게 꾸려갈지 주목된다.<황유석 기자>황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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