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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물가는 훨씬 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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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물가는 훨씬 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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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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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발표 소비자 물가지수는 주택구입비 등 덩치 큰 지출이나 고가품 구입·부가서비스 비용 등 반영하지 않는데다 항목별 물가가중치 또한 5년에 한번씩만 변경/장바구니 물가와는 큰 거리소비자들은 정부당국이 발표하는 물가지수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실생활에서 느끼는 물가가 정부의 물가와 심한 차이가 나기때문이다. 소비자 물가지수는 소비자가 구입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변동이 도시가구의 소비생활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가를 알아보는 지표이다.

따라서 농어촌 가구는 처음부터 물가 조사대상에서 제외된다.

소비자 물가지수는 주택구입비 등의 덩치가 큰 지출이나 소득수준 증가에 따른 고급 상품의 구입, 자녀의 성장, 가족수의 증가 등으로 인한 생활비의 추가 지출분을 반영하지 않는다. 이 점도 체감물가와 차이를 느끼게하는 한 요인이다.

물가를 집계하는 방식에도 허점이 있다. 소비자 물가는 5년에 한번씩 항목별 물가 가중치를 변경하기 때문에 급변하는 소비패턴을 따라잡기 어렵다. 한 예로 햄버거를 사먹던 아이들이 피자를 좋아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이를 즉시 물가에 반영하지 못한다. 486에서 펜티엄급으로, 또 펜티엄급에서 더 고급모델로 계속 바뀌는 컴퓨터도 마찬가지다.

또 업체들은 통계청이 관리하는 품목의 가격은 그대로 두고 고급화 등의 명목으로 유사 품목을 만들어 가격을 올린다. 라면을 예로 들어보자. 통계청은 300∼400원 수준의 라면 2개 품목을 대상으로 물가를 조사하지만 라면도 고급화가 이루어져 최고 1,200원짜리까지 나오고있다. 고급 라면은 소비자 물가지수에 반영되지 않지만 판매량은 상당하다. 서비스요금인 미장원 퍼머도 가격이 2만3,000원으로 잡혀있지만 코팅 염색 등 부가서비스를 합하면 3만원이 넘는 경우가 많다.

LG경제연구원은 매달 체감물가를 지수화해 정부의 소비자 물가지수와 비교하고있다. 소비자들이 일상생활을 영위하면서 물가 변화를 민감하게 느낄 수 있는 품목에 대한 가중치를 높인 것이다. 90년 소비자 물가지수는 증가율은 8.6%인 반면 LG체감지수는 16.9%였고 95년 소비자 물가지수 증가율은 4.9%인 반면 LG체감물가는 9.7%였다. 체감물가가 상당한 수준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추석 구정 연말 또는 김장철과 같은 계절적 변화에 따라 물가상승률이 변동되지만 소비자 물가지수는 연평균 변화를 나타내는데 그쳐 체감 물가와 차이를 보인다.

계층이나 연령별로도 차이가 난다. 현대경제사회연구원의 가계특성별 물가 조사에 따르면 90년대 초반에는 집세의 불안으로 저소득층 세입자와 20대 가계의 물가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90년대 중반에는 집세가 안정된 반면 교육항목의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40대 중년가계의 물가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96년에는 교육 항목의 물가상승률이 11.8%에 이르면서 40대 가계의 연평균 물가상승률은 5.62%로 나타나 20대 4.51%, 30대 4.86%, 50대이상 4.86%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사람마다 소비의 패턴이 다르고 연령에 따라 생활비가 늘어나는 것을 모두 물가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과소비가 만연하고 고급 브랜드를 추구할 때 체감물가가 훨씬 높아지는 것 처럼 생각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조재우 기자>

◎돈 1만원의 가치는?/좌석버스로 출근/담배 한갑·자판기커피 한잔/찌개 한그릇·맥주 한병이면 ‘끝’

1만원의 가치는 어느 정도이며 뭘 할 수 있을까.

회사원 A씨는 출근하면서 좌석버스비로 850원을 쓴다. 출근 한 뒤 1,000원짜리 담배「디스」 한갑을 산 뒤 자판기에서 150원짜리 커피 한잔을 뽑아 마셨다. 점심시간에 동료들과 함께 4,000원짜리 된장찌개를 한 그릇 먹고 퇴근 길에 맥주집에 들러 맥주 한 병을 마시면 4,000원. 이때까지 쓴 돈이 정확히 1만원이다.

10년전인 87년 A씨는 출근하면서 좌석버스비로 400원을 썼고 출근 한 뒤 500원짜리 「솔」한 갑을 사고는 자판기에서 100원짜리 커피를 한잔 마셨다. 점심시간에 1,500원짜리 된장찌개를 한 그릇 먹고 퇴근 길에 맥주집에 들어가서 1,500원짜리 맥주를 한 병 먹었다. 이렇게 쓴 돈은 모두 4,000원. 87년에 4,000원이면 충분하던 것이 10년 뒤인 지금에는 1만원이 필요하다. 이 수치로만 보면 회사원 A씨가 하루 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체감 물가는 10년전에 비해 2.5배가 오른 셈이다.

87년에는 1만원짜리 한장을 가지면 자장면(700원)을 14.2명이 먹거나 다방커피(500원)를 20명이 마실 수 있었다. 지금은 이돈으로 4명이 자장면을 먹거나 5명만 커피를 마실 수 있다. 1만원으로 데이트를 하려면 87년에는 개봉관에서 영화(3,500원 2명=7,000원) 한편을 보고 난 뒤 자장면(700원 2명=1,400원)을 먹고 커피(500원 2명=1,000원)를 마셔도 600원이 남았다. 지금은 영화(6,000원 2명=1만2,000원)를 보고 자장면(2,500원 2명=5,000원)을 먹고 커피(2,000원 2명=4,000원)까지 마시려면 2만1,000원이 든다.

주부들은 1만원을 가지고 장바구니를 얼마나 채울 수 있을까. 고등어 두마리(6,000원), 부사 사과 2개 (3,000원)에 달걀 10개(1,200원)만 구입해도 돈이 약간 모자란다. 87년에는 부사 사과 2개(600원), 달걀 10개(550원) 고등어 두마리(1600원)에 총 2,750원이 들었다. 여기에 한우 쇠고기 600g(3,840원), 배추 3,7㎏짜리 한포기(1,000원), 마늘 1㎏(1,800원)을 사도 1만원이 채 들지 않는다. 장바구니가 10년전보다 훨씬 가벼워 진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95년의 물가를 100으로 잡았을때 97년 9월 현재 소비자 물가지수는 110.6이고 87년 9월은 61.3이다.지수상으로는 10년전의 물가보다 1.8배 높아진 셈이지만 체감 물가는 훨씬 심각하다는 얘기다.<조재우 기자>

◎전문가 진단/이필상 교수·고려대 경영학/“서민들은 물가의 피해자”/성장위한 성장정책따라 부가 일부계층에 집중/소득별 물가지수 계산과 생활물가 집중관리 필요

경제불황이 깊어지면서 서민들의 한숨소리가 크다. 봉급은 오르지 않는데 물가는 치솟아 장바구니를 좀처럼 채우기 어렵다. 턱없이 오르는 과외비용 때문에 자녀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못하고 죄의식 속에 살기도 한다. 봉급을 저축하여 집을 산다는 꿈은 아예 버려야 하는 사람들도 많다. 경제는 계속 발전한다는데 왜 서민들의 삶은 더 어려워지는 것인가?

이에 대한 근본원인은 서민들이 물가의 인질이 되어 고통을 집중적으로 받게 되어 있는 경제의 구조적 모순에 있다. 과거 우리 경제의 성장은 국민을 위한 성장이라기보다는 성장자체를 위한 성장이었다. 이 과정에서 기득권 중심의 정치논리가 정부정책을 지배했다. 그리하여 우리 경제는 성장의 과실로 나타나는 부를 일부계층에 집중시키는 불균형 구조를 형성했다.

여기서 문제는 부유층은 물가의 수혜자이고 서민들은 물가의 피해자가 되는 모순이 자연스런 현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정부의 팽창정책으로 돈이 풀려서 물가가 오르면 토지, 건물 등을 보유한 고소득층은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여 대규모 이익을 얻는다.

더욱이 금융기관 차입으로 문어발식 경영을 하는 기업들은 물가가 오르면 돈가치가 떨어져 부채를 탕감할 수 있다. 반면 봉급이나 연금으로 사는 서민들은 물가고로 인해 생활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저축을 해도 실질금리가 물가상승률 보다 낮아 사실상 재산을 잃는 경우가 흔하다.

결국 고도성장을 위한 정부정책이 서민들의 근로소득을 부유층의 자본소득으로 이전시키면서 소득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서민들은 경기불황과 물가불안의 덤터기를 써왔다.

현행 경제구조하에서 종합적인 평균적 물가수준이라고 발표하는 정부의 물가상승률은 부유층에게는 재산증가율의 척도로 해석될 뿐이다. 그리고 서민들은 실질물가상승에 그만큼 추가적인 물가상승분을 부담해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체감물가인 것이다. 최근 기업들이 연쇄적으로 부도가 나고 정리해고가 확산되자 서민들이 실제로 느끼는 생활고는 더욱 악화하고 있다.

향후 서민들의 체감물가를 낮추고 국민경제의 안정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서민물가 안정을 위해서 소득계층별로 물가지수를 계산하여 종합적인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소득증가를 감안하면 부유층의 물가지수는 사실상 마이너스이다. 물가고통을 집중적으로 받아야 하는 서민들의 체감물가는 정부발표물가의 두배 이상이다. 정부는 이러한 현상을 정확하게 분석해서 발표해야 한다.

다음 조세정책 등을 통해 부유층의 부당한 재산증식을 막고 생활필수품, 공공요금, 학원비 등 서민들의 생활물가를 집중관리해야 한다. 더 나아가 생활물가수준 자체를 낮추기 위한 재정투자와 제도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한편 정치적 논리로 돈을 무감각하게 찍어내 특정기업에게 퍼부은 것이 기업들을 빚덩어리로 만들고 물가불안을 구조적으로 야기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런 견지에서 통화정책의 중립화를 위한 중앙은행의 정치적 독립도 절실하다.

근본적으로 향후 우리경제는 발전의 기본구도를 외형위주의 팽창에서 내실위주의 안정과 균형으로 바꿔야 한다. 이렇게 하여 일부계층을 위한 경제성장이 아니라 전국민을 위한 경제성장을 해야 한다. 그래야 균형적인 산업발전을 통해 국제경쟁력도 살아날 수 있다. 이를 위해 관치경제체제를 타파하고 경제력 집중을 분산시키는 경제개혁 조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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