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상 2벌 발표 최소 2백만원/자존심·과시욕에 호텔 개최도대학의 사치성 졸업행사로 학부모들의 허리가 휜다.
대학의 예술관련 학과들이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평가와 취업알선 효과를 높이기 위해 여는 졸업작품전이 기업의 행사규모를 뺨치는 호화판 잔치로 변질되고 있다. 최소한 수백만원이 드는 행사비용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만이 높지만 대학간의 자존심 경쟁과 과시욕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겉에만 치중하는 사치성 행사로 변모하고 있다.
서울 모여대 의상디자인학과 박모(22)씨는 최근 졸업발표회에 의상작품 두벌을 올리는데 총 2백여만원을 썼다. 실크소재의 드레스 재료비와 염색비, 실습비용 등 1백만원이 훨씬 넘는 작품비에다 1인당 행사기획비 25만원, 팸플릿·포스터제작비 10만원, 모델비 25만원 등이다. 박씨는 『이 정도는 올해 관련전공 학생들의 졸업작품전 중에서 아마 최저비용일 것』이라며 『외부에서 행사를 치를 경우에는 몇 배이상의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로 학생자원모델 대신 직업모델을 쓰고 행사장도 유명호텔의 대형연회장을 사용하는 것이 점차 일반화하고 있다. 이럴 경우 학생이 부담해야 할 행사비는 쉽게 5백만원대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달 초 작품준비 비용과는 별도로 1인당 85만원을 부담, 서울의 유명특급호텔 연회장을 빌려 졸업작품전을 열었던 모대학 의상학과 4학년 이모(22)씨는 『학교 강당에서 행사를 하자는 주장도 있었지만 선·후배나 타 대학의 이목을 의식해 호텔로 정했다』고 말했다.
충남 모대학 의상디자인학과도 12월 초 학생 1인당 장소임대료로 70만원씩 갹출, 서울의 모호텔을 빌렸다. 여기다 모델료 이벤트비용 등 3천여만원의 비용도 나누어 부담해야 한다.
특히 올해에는 불황으로 기업체의 협찬마저 끊겨 학생들의 부담이 더욱 커졌다. 제일모직 홍보실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3곳의 졸업행사를 지원했지만 올해에는 광고예산이 줄어 단 한 곳도 협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호화 낭비성 졸업행사는 음악, 미술이나 건축, 디자인 등 다른 예술전공학과의 경우도 마찬가지. 올해 모여대 정보디자인학과를 졸업하는 김모(23)씨는 『작품 재료비와 모형제작 의뢰비 등을 합하면 최소한 3백여만원은 든다』며 『각자의 진로가 다른데도 졸업작품전 출품을 의무화한 것은 낭비적이고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최윤필·김정곤 기자>최윤필·김정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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