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씨 「속삭임」곧 태어날 아기 위해 별을 찾아가는 아빠/정채봉씨 「입 속에서 나온 동백꽃 세 송이」이웃누나 이야기 등 유년시절에 대한 반추/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하얀 코끼리 이야기」서커스단 코끼리통해 얽매임의 탈출 그려『허구 많은 책 중에서 누군가가 제 책을 골라잡는다는 것은 고맙고도 송구스러운 일입니다만, 제 책 중에서도 이 책을 고르는 손길을 생각하면 가슴이 마구 울렁거립니다』 작가 박완서(66)씨는 자신의 동화책 「속삭임」을 두고 이렇게 말한다. 이 책에 실린 동화들은 등단 30여년이 돼가는 박씨가 등단작 「나목」을 빼고는 「청탁에 의하지 않고, 그냥 쓰지 않을 수가 없어서 자발적으로 쓴」 유일한 글의 모음인 까닭이다. 동화는 그런 글이다. 억지로 만들어내지 않고, 내 아이에게 꿈을 주기 위해 나직나직 속삭이며 들려주는 어머니의 이야기같은 글. 오히려 그래서 동화는 고단한 삶을 사는 어른에게 더 큰 교훈을 주고, 그들이 까맣게 잊고 있던 꿈을 되살려준다.
박씨의 「속삭임」과 아동문학가 정채봉(51)씨의 「입 속에서 나온 동백꽃 세 송이」, 독일의 여자 동화작가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61)의 「하얀 코끼리 이야기」를 묶은 「어른을 위한 동화」 시리즈(샘터 발행)는 이처럼 꿈이 있는 이야기들이다.
『아빠는 어릴 적부터 하늘의 별을 헤기를 좋아했습니다. 그러나 어른이 되고 너무 바쁘다 보니 그 일을 잊고 지냈습니다. 어느 날, 아기와 함께 다시 별을 헬 수 있기를 바라고 우러러 본 하늘에는 별이 없었습니다… 아기는 이 세상을 믿기 때문에 이 세상에 태어나려 하고 있건만 이 세상에는 믿을 수 없는 것 천지입니다』 박완서씨는 「속삭임」에서 마음 속의 별을 잃어버린 아빠가 곧 태어날 아기를 위해 아기가 처음 보게 될 방안의 벽지를 밝고 아름다운 것으로 바꾸고, 고장 잘 나는 장난감은 없나, 해로운 그림책은 없나 하며 주변의 작은 사물들을 믿을 수 있는 것으로 고쳐나간다는 이야기부터 들려준다. 작가는 『이 글들은 유신말기, 70년대 말 견디기 어려운 증세로부터의 나 자신의 돌파구로 씌어진 것』이라며 『머리 속에 꽉 차 있던 전체주의에 대한 미움, 자연 파괴에 대한 걱정, 사라져 가는 시골에 대한 안타까움 등을 신들린듯 풀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정채봉씨는 초등학교 시절 담임선생님으로부터 「가장 아끼고 싶은 말」을 해 보라는 이야기를 듣고 동백꽃 세 송이처럼 『사랑해』라는 세 마디 말을 했다가 대나무자로 입을 맞고는 영영 말문을 닫아야 했던 이웃 누나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그린 표제작 등을 통해 우리 유년시절을 감동적으로 되돌아보게 한다. 독일어권에서 가장 유명한 동화작가인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는 자신을 얽매고 있는 것들로부터 진정 벗어나기 위해서는 그것을 피하지 말고 직접 부딪쳐 나가야 한다는 교훈을 서커스단의 코끼리 이야기를 통해 던지고 있다.<하종오 기자>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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