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미상태에 빠져 있는 선거정국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여당의 분열과 야권의 단합이다. 과거에 이랬던 적이 없기 때문에 심리적 혼돈이 더한다는 측면도 있다. 경험칙상 야당은 언제나 분열의 대명사였다. 87년 김대중 김영삼 두 김씨의 분열이 노태우 민정당후보의 결정적 승인이 됐던 것이 단적인 예다. 당시 여권이 6·29선언과 함께 대통령직선제를 수용한 자신감에는 두 김씨의 야권이 결코 후보단일화를 이루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이 깔려 있었고 이는 그대로 적중했다.그후 10년 지금의 야당은 대권 목전에서 굳세게 손을 잡았다. 「공동정권」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정치사전에 보태면서 성사된 치밀한 연합이다. 이 연합이 가져다 줄 득표상의 효과는 유동적일 수도 있다. 다만 현단계에서 차기 정권획득에 가장 근접해 있는 정파가 단연 이 연합세력이라는 점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이는 다시 여권의 혼미를 더욱 두드러지게 하는 외풍으로 작용하고 있다. 공동집권을 내건 이번의 야당연합은 흔히 알고 있던 야당의 체질이나 생리상 놀라울 만큼 치밀한 틀 속에서 성공했다. 정권의 반분을 합의하고 이를 국민앞에 공개한 것은 선거승리를 자신하는 담대함으로 느껴진다. 또 집권중 내각제개헌을 공약한 것도 사안의 성격을 감안할 때 매우 파격적 선거전략이라 할 만하다.
김대중 김종필 두 총재의 DJP연합이 유달리 치밀하고 파격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 정치의식의 양극에서 각각 대칭을 이루어 온 두 사람의 이질성을 떠올리는 「고정관념」때문일 것이다. 우리정치가 고정관념, 나아가 상식적인 고정관념마저도 불허했던 경우는 허다하다. 하물며 전혀 새로운 이번의 대권게임에서야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정치는 명분이고 명분의 힘은 도덕성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바닥에서 벌어지는 게임의 룰은 도덕적 명분보다는 승부의 전략이 우세하기 마련이다. 인위적 집권전략이 실패로 판명난 가장 가까운 실례가 바로 3당합당임은 작금의 여권분열에서 자명하다. DJP연합에 대한 여러 비판론이 작위적 권력게임의 결과가 빚을 수 있는 국란에 대해 우려하는 냉정한 목소리로 여겨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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