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중에도 어린 시절 벌거벗고 같이 뛰놀던 「벌거숭이 친구」가 가장 정답다. 이것은 가식이나 거짓없이 서로 있는 그대로 순수하게 지냈기 때문일 것이다. 복잡하고 어려운 때를 만나거나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면 어린 시절의 친구가 그리워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알몸 친구」도 나름이다. 성장해 사회생활하면서 같이 목욕을 다니는 친구는 아무리 해도 어릴 때 친구와 같을 수 없다. 어른이 되면 몸은 서로 다 보여 준다고 해도 마음은 어린 시절만큼 순수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이 국가관계에 이르면 더 말할 것이 없다. ◆이를 입증한 것이 하시모토(교본룡태랑) 일본총리와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이 1일과 2일 시베리아에서 가진 정상회담이다. 사우나를 같이 하는 「알몸 외교」를 선전했던 이들의 회담은 옐친 대통령이 자신의 수술자국을 보이는 것이 결례(?)라고 생각해 취소됐다. ◆양 수뇌는 서기 2000년까지 2차대전 당시의 적대관계를 정식 종료시키는 평화조약 체결 및 6개항의 경제협력을 통해 신뢰관계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벌써부터 합의사항에 대한 양국의 해석이 갈라지는 등 그 실현을 의문시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수술자국」조차 의식하는 「알몸 외교」에서 나온 결과라면 이같은 의문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양국은 93년에도 「법과 정의의 원칙」에 따른 북방영토문제의 해결을 다짐했으나 상황은 달라진 것이 없다. 더욱이 이번 합의도 두 정상 모두 국내의 인기가 주춤하고 있는 상황에서 마련됐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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