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 신청때부터 정치권 교감설/재판부 “법적용 형평” 명분내세워김현철씨에 대한 법원의 전격적 보석결정은 그 시점과 이유 때문에 일반 국민은 물론 법조계에서조차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심 선고후 사정변경사항이 전혀 없는데다 항소심 첫공판 기일도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보석결정을 내린 것은 재판부가 이 사건에 대해 어떤 「예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석연찮은 시각마저 나오고 있다.
물론 담당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0부(재판장 권광중 부장판사)의 설명은 지극히 법리적이다. 정치인의 떡값 수수에 대해 조세포탈죄를 적용한 첫 사례이기 때문에 충분한 심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보석결정 이유다.
정치권에서 관행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정치자금에 대해 유독 현철씨를 문제삼아 기소한 만큼 계속 구속상태로 두게 되면 법적용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정치권의 외압이나 사법외적 판단 요소는 전혀 없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이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현철씨의 보석결정은 정치권과의 교감에 따른 것이라는게 법원주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지난달 13일 1심재판부가 현철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할 때부터 항소심 재판부가 보석 또는 집행유예로 현철씨를 내줄 것이라는 예상은 검찰에서도 나돌았다. 특히 현철씨가 변호인을 통해 보석신청을 낼 때부터는 정치권에서 보석허가 설이 구체적으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법조계 인사들은 이를 정치권과 사법부와의 사전조율이 이미 끝났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현철씨가 보석을 신청한 다음날인 지난달 24일 김영삼 대통령과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가 청와대 단독회동을 가졌다는 점도 이런 추측을 더욱 설득력있게 한다. 배석자도 없는 1시간여의 단독회동에서 김대통령과 김총재가 현철씨의 석방문제에 상호 교감을 가졌을 것이라는 얘기다. 때를 맞춰 일부 언론에서는 현철씨의 보석을 기정사실화한 보도마저 흘러나왔다. 취재원이 김대통령의 핵심측근이라는 말도 떠돌았다. 정치권이 여론을 타진하기 위해 애드벌룬을 띄웠다는 말도 함께 나돌았다.
이같은 맥락에서 법원이 외압에 의한 결정이나 야합은 하지 않았더라도 최소한 정치권의 의견을 충분히 고려했을 것이라는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검찰은 법원이 건강상의 이유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이 「법리적」인 이유만을 들어 현철씨를 석방하자 조세포탈죄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가 무죄의 예단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번 보석결정만으로 볼 때 현철씨의 죄목에 일부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일 조세포탈죄에 대해 무죄가 선고된다면 검찰의 공소사실은 거의 파기되는 것과 다름없다는 점에서 향후 재판과정에서의 검찰대응이 주목된다. 대선을 40여일 앞둔 시점에 「소통령」이 풀려난 것이 정치권에 어떤 파장을 몰고올 것인지도 관심을 끈다.<이영태 기자>이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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