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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려난 김현철씨(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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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려난 김현철씨(사설)

입력
1997.1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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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아들 김현철씨에 대한 급작스런 보석결정과 석방은 한마디로 개운찮은 일이다. 씁쓸하기조차 하다.보석결정은 어디까지나 재판부의 고유권한이다. 김씨도 조만간 풀려날 것이 아닌가 하는 분위기도 감지된 바 있었던게 사실이다. 「깃털」에 불과하다는 항변에도 불구, 한보사건의 배후중 하나로 지목됐던 홍인길 의원을 비롯, 야권실세 권노갑 의원이 구속집행정지로 이미 풀려났고 김우석씨·황병태 의원도 집행유예로 자유의 몸이 된지 오래이다. 심지어 야권에서조차 김씨의 사면을 대선공약중 하나로 거론하고 있는게 오늘의 현실인 것이다.

그렇다면 현정권의 가장 큰 실정이자 범죄중 하나로 꼽혔던 한보사건의 진상은 무엇이며 책임은 과연 누가 진다는 것인가. 한보사건의 숨겨진 몸통이란 의혹과 총체적 국정개입 등 혐의로 김씨가 구속되어 1심에서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던게 불과 20여일 전이다. 그리고 국민들은 재판과정에서 큰 혐의점들은 규명되지 못한 채 경미한 알선수재 및 조세포탈죄만 적용된 것에 실망하면서도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의 아들이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중이라는 사실로 그나마 위안을 삼아왔다.

그런데도 2심선고도 내리지 않은 시점에서 김씨가 풀려났으니 국민들의 실망이 증폭될 수 밖에 없다. 결국은 이번 사건이나 김씨에 대한 단죄도 과거 비자금사건처럼 용두사미로 흐지부지되고 마는가 하는 허탈감만 남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보석결정에 대해 정치적 영향을 받은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 아울러 제기되고 있음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재판부가 보석결정 이유로 내세운게 조세포탈죄가 처음 적용된 것이어서 2심에서의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고, 피고인도 일관되게 범의를 부인하고 있어 불구속으로 재판을 진행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보석의 일반적 관행은 고령과 질병 등 신체적 사유에 따른 것이 대부분이다. 젊고 건강한데다 큰 혐의점들마저 대부분 면탈된 김현철씨에게 또다시 그런 이유로 보석결정을 내린걸 보고 시중의 민심은 정치적 입김탓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결정으로 미루어 앞으로 2심선고때 조세포탈죄 부분이 인정되지 않는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니 뒷맛이 씁쓸해진다.

그러고 보면 김현철씨가 갖고 있던 70억여원의 대선자금 잔액문제가 무혐의 처리된 것과 함께 최근 검찰에 의해 수사가 유보된 김대중씨 비자금사건, 그리고 정치권에서의 전·노씨에 대한 잦은 사면론제기 움직임이 두루 상기된다. 아울러 김대중씨가 최근 대통령을 독대한 사실에도 생각이 미치는 것이다.

나라와 민심을 그처럼 뒤흔들었던 엄청난 부정사건의 단죄는 사법적으로 단호해야 한다. 정치적 입김도 반드시 배제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보석결정이 김씨에 대한 나머지 혐의점들을 벗겨 주는 정치적 수순으로 연결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국민들은 앞으로의 재판과정을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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