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연쇄도산 여파 작년 2배규모… 신용공백 우려대기업 연쇄부도와 중소 협력업체들의 무더기 도산으로 어음부도액이 올해 사상 처음으로 연간 20조원을 넘어, 약 2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정부예산(97년 일반회계기준 67조5,000억원)의 30%, 국내총생산(GDP·96년기준 349조원)의 6%에 해당하는 액수다.
국내기업들의 가장 중요한 결제수단인 어음이 20조원씩이나 현금화하지 못한채 휴지조각이 되어버림에 따라 해당 어음을 소지한 기업과 근로자의 피해는 물론 국가경제적으로도 신용질서유지에 심각한 폐해를 주고 있다.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어음부도액은 1·4분기 4조9,207억원, 2·4분기 5조2,606억원, 3·4분기 5조9,220억원 등 9월말까지 총 16조1,03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연간 부도액(12조4,583억원)보다도 29%나 많은 액수로 하루 평균 588억원의 부도가 난 셈이다.
기아그룹의 부도금액이 계속 늘어나고 화의신청중인 쌍방울과 해태그룹의 어음부도까지 포함될 4·4분기에도 5조∼6조원 가량의 추가부도가 예상돼 금년 연간부도액은 약 2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경우 금년 어음부도액은 작년의 두배 수준, 90년(1조5,792억원)에 비하면 13배나 증가하게 된다. 어음부도액은 90년 1조원대에서 91년 3조7,405억원, 92년 7조397억원, 93년 6조8,683억원, 94년 9조8,702억원, 95년 12조9,849억원 등 증가세를 지속하다 지난해 다소 줄었지만 금년들어 대기업 연쇄도산으로 부도금액이 폭증세를 보이고 있다.
9월말까지 부도로 쓰러진 업체수도 1만1,067개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8,141개)보다 36%나 증가했다. 대기업부도는 지난해 4개에서 올해엔 17개로 급증했고 중소기업도 3,547개에서 5,216개로 늘어났다. 개인사업자 역시 지난해 3·4분기까지는 4,590개가 부도를 냈으나 올해 같은 기간엔 5,834개가 쓰러졌다.
한 금융계인사는 『어음부도액이 20조원을 넘는다는 사실은 이만한 액수의 돈이 시중에서 돌지 못하고 사장되는 것을 뜻한다』며 『부도행진이 계속될 경우 해당업체들의 피해도 피해지만 어음 자체의 신뢰성이 떨어져 할인이 기피되는 등 국가경제의 신용공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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