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와 자민련이 후보단일화 등에 관한 합의문의 서명식을 가짐으로써 대통령선거에서 내각제로의 개헌 여부가 중요한 이슈로 등장하게 됐다. 김대중 대통령―김종필 총리를 목표로 하는 DJP연대는 내각제 개헌합의로 이뤄진 것이어서 국민들은 선거에서 3김청산·세대교체와 함께 내각제 여부를 선택하지 않으면 안되게 됐다. 이번 합의는 선거분위기와 그 이후의 정국판도를 가름하게 될 것이어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DJP연대는 우리 선거사상 노선과 정책이 다른 2개 정당이 한 후보를 내세워 손을 잡는 새 기록을 세웠다. 과거 1956년 선거도중 신익희 후보가 급서하자 민주당과 진보당은 정·부통령선거운동의 연대를 모색했으나 불발로 끝났었다. 또 67년 민중당의 유진오·신한당의 윤보선씨가 병립했을 때 협상끝에 통합 신민당으로의 새출발과 함께 후보단일화를 성사시켰으나 양당이 단일후보를 내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귀추가 주목되는 것이다.
후보단일화 합의는 정당의 설립목적이 집권이고, 또 두 김총재의 말대로 민주화와 산업화 세력, 개혁과 보수세력, 그리고 호남과 중부지방에다 장차 박태준씨까지 가세할 때 상당한 지역통합을 구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식 서명된 단일화 합의내용은 장차 선거운동, 당선될 경우 1년10개월간 현대통령제유지 그리고 내각제개헌추진에 있어 상당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게 사실이다.
먼저 선거운동의 경우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을 김종필 총재를 비롯한 자민련 인사들은 선거법 관계로 개인 또는 자원봉사자 자격으로 선거운동을 해야 하는 위치에 있게 된다. 아울러 정당의 연대는 당선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국민들에게 정책의 연대를 함께 제시하는 게 도리다. 예를 들어 국가보안법의 존폐만 해도 양당의 입장이 다른 터에 선거후 공동정부운영협의회에서 정책을 조율한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약속대로라면 승리후 김대중 대통령의 재임기간은 1년10개월 뿐이다. 국무위원직들을 반분하고 총리가 국무위원의 제청 및 해임권을 갖는다고 하나 국무회의는 심의기구이기 때문에 양당이 충돌할 때 국정혼란이 우려된다. 또 헌법에 총리의 권한이 명기되어 있어 총리지위에 관한 법률제정은 위헌 소지가 있는 것이다.
내각제 개헌약속도 그렇다. 당시 국민여론이 개헌을 반대해도 강행할 것인가, 또 국회에서 개헌통과의석을 확보하지 못하거나 나중 국민투표에서 부결됐을 때도 공동집권을 계속할 것인지 아리송하다. 그래서 국민들은 합의문 외에 보다 구체적인 이익분담을 골자로 한 비밀약속이 있는지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두 김총재와 두 정당이 후보단일화합의를 국민에게 분명하게 인식시키기 위해서는 밀약의 유무를 밝히는 한편 양당이 정강정책을 조율, 일관된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차라리 합당해서 단일후보를 내는 것이 떳떳한 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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