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DJP연합이 공식 출범하고 이어 4일 이인제 전 지사의 국민신당 창당으로 대선구도는 신한국당 이회창 총재, DJT연합의 김대중 총재, 이 전지사간 3자 대결로 굳어졌다. DJT연합이 「정권교체」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이총재는 「3김청산」, 이 전지사는 「세대교체」를 각각 기치로 내세우고 있어 이번 대선은 이들 3대 쟁점을 둘러싼 명분 대결의 양상도 띠어가고 있다. 이와함께 DJP연합의 고리인 내각제 개헌이 이번 대선의 최대쟁점으로 부상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DJT 정권교체론/이념·지역 스펙트럼 넓혀 대세몰이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와 자민련 김종필 총재는 3일 후보 단일화 합의문에 서명하고 서로 공동운명체임을 선언했다. 박태준 의원도 4일 자민련에 입당, 이번 대선에서 공동전선의 대오에 참가할 예정이다.
DJT연합은 이로써 두 김총재와 박의원 등 3척의 기함을 중심으로 「연합함대」의 진용을 갖추고 출범하게 됐다. DJT함대의 강점은 먼저 호남과 충청 및 영남권 일부 등 3개의 지역 세력을 탄탄한 고정표를 바탕으로 한 세력으로 묶었다는 데 있다. 이같은 지역 연합으로 호남 대 비호남 등 역대 대선에서의 지역별 분할 공식이 크게 변화할 수 밖에 없다.
DJT연합은 또 민주화세력과 근대화 세력, 개혁과 보수 등 서로 이질적인 정파를 권력분점의 틀 속으로 흡수, 정권의 포용력을 크게 넓히려 하고 있다. 단일후보인 김대중 총재는 이날 서명식 인사말을 통해 『우리 연합은 개혁을 원하는 이에게는 개혁을, 안정을 위하는 이에게는 안정을 줄 것』이라면서 『모든 정파와 세력에 대해 문은 활짝 열려 있다』고 말했다. 김총재의 이같은 언급은 지역기반을 통한 방어력, 문호개방을 통한 공격력으로 당선 안정권을 향해 순항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DJT 함대가 승리를 낙관할 수 없을 만큼의 역풍도 불기 시작하고 있다. 자칫 노―노연대로 비춰지는 3자간 연대가 역으로 「3김청산」과 「세대교체」 바람을 자극하고 있는게 그 중 하나이다. 더욱이 그동안 김대중 총재의 상승세를 받쳐온 「안정론」이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두 김총재와 박의원의 3자 연대는 정치·경제적 경륜의 조화가 강점으로 지적돼 왔다.
그러나 3자 연대가 공동정권과 권력분점, 내각제 개헌 등 정치적 실험을 내걸자 새로운 의미에서 안정론 시비가 일어나고 있다. 반DJT진영은 전·후반기 권력분점에 따라 김총재가 집권할 경우 2년반짜리 정권에 머무르게 될 것이라는 점, 내각제 개헌 논쟁에 따른 국정 불안 가능성 등을 강도 높게 제기하고 있다. 후보단일화 타결 직후 지지도가 당초 기대했던 만큼의 상승효과를 올리지 못한 원인중의 하나가 이 때문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유승우 기자>유승우>
◎이회창 3김청산론/“내각제는 야합” 직격… YS에도 포문
이회창 신한국당 총재가 3일 대전 기자회견에서 던진 메시지는 자신만이 DJP연대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종국적으로 대선구도를 자신과 김대중 총재의 맞대결로 몰고 가고 단기적으로는 이날 DJP연대선언에 이은 4일 국민신당 창당으로 선거양상이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구상이 깔려 있다.
이날 회견에서 특히 눈여겨 볼 대목은 이총재가 DJP연합을 강력히 비판하면서 내각제 개헌 저지와 호헌의지를 역설한 점이다. 그는 내각제를 『3김시대를 연장하려는 야합의 산물』이라고 규정, 3김 청산을 부각시켰다. 내각제가 DJP는 물론 김영삼 대통령까지 포함한 3김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야합의 고리라고 본 것이다. 따라서 이총재는 3김정치 연장을 담보할 기본토대를 허무는데 3김공략의 최우선순위를 둔 것으로 보인다. 이총재는 『현행헌법은 온 국민의 합의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헌법을 개정할 권리는 오직 국민에게 있다』는 논리로 국민을 직접 설득할 예정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총재는 한동안 자제해 왔던 김대통령에 대한 공세의 포문을 다시 열었다. 그는 『김대통령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오해를 받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이 전지사에 대한 김대통령의 막후지원의혹을 제기하면서 김대통령의 탈당을 거듭 요구한 것이다. 이총재의 이같은 입장은 『더 이상 당을 뒤에서 흔들지 말고 당원으로서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촉구한 대목에서 더욱 확연해진다.
이총재는 이와함께 『민주주의 원칙을 무시한 연대, 정도와 정의에 어긋나는 후보단일화는 있을 수도 없고 가능하지도 않다』며 당내 비주류의 반DJP연대론에 대한 거부의사를 재차 피력했다. 대신 이총재는 조순 민주당총재와의 연대를 통해 3김청산 흐름에 탄력을 더하겠다는 복안이다. 윤원중 총재비서실 부실장은 『두사람의 연대가 성사단계에 와 있다』고 전했다. 이총재가 3김청산의 대표주자로 조총재가 경제난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여론에 자리매김할 경우 각기 지지도 이상의 상승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게 이총재측의 기대다.<유성식 기자>유성식>
◎이인제 세대교체론/오늘 창당 젊은 바람 확산 양강구축
이인제 전 지사가 주도하는 국민신당(가칭)은 세대교체론을 앞세워 「DJP 연대」에 맞설 유일안 대안은 이 전지사라는 점을 집중 부각시킨다는 전략이다. 내각제를 매개로 한 DJP연대에 대해 「헌법수호와 3김정치 청산」을 명분으로 내건 연대를 추진함으로써 반DJP세력의 중심에 선다는 복안이다.
이 전지사는 3일 DJP연대에 대해 『70대 노인 세 사람이 권력을 나눠먹기 위해 국민들의 대통령 직선권을 박탈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전지사는 또 『이회창 총재가 내각제를 타진하기 위해 한때 김종필 자민련총재에게 밀사를 파견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총재와의 연대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신당은 4일 중앙당 창당을 계기로 「세대교체 바람」을 일으켜 이달 중순에는 김대중 국민회의총재와 이 전지사간의 확고한 양강 대결구도로 좁힌다는 목표를 세웠다. 신당은 최근 무응답층을 5% 전후로 줄인 여론조사에서 이 전지사의 지지도가 3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나자 고무된 표정이다. 신당측은 이 전지사와 이회창 신한국당총재의 지지도 격차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조만간 김대중 총재와 이 전지사의 지지도 격차를 2∼3%내로 좁히면 역전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현역의원의 신당참여가 늘어나면서 이 전지사의 지지도는 계속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당은 3일 현재 입당한 현역의원이 7명에 불과하지만 이달 중순까지 현역의원 20명 이상을 확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계획이다. 이어 신한국당 비주류, 민주당 조순 총재, 통추 등 반DJP세력의 대연대를 추진함으로써 승기를 잡는다는 전략이다. 비록 조총재와의 연대에는 실패하더라도 반DJP세력을 최대한 끌어안는다는 복안이다.
이 전지사는 그러나 민주계인사들이 신당창당을 주도하는 모습으로 비쳐지지 않도록 할 생각이다. 국민회의와 신한국당 주류측이 「김영삼 대통령의 이인제 지원설」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계가 앞장설 경우 득표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다.<김광덕 기자>김광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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