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동아리출신 의기투합/20대가 이끄는 ‘벤처기업’/매달평균 30% 수직성장「썰렁이는 그만 끄고 통통배나 건네 주세요」
「이름고을」(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10평 남짓한 사무실에는 이름을 갖지 않은 물건들이 거의 없다. 이름고을은 회사이름이나 제품이름 등을 지어주는 네이밍 벤처기업.
앞서 「썰렁이」는 에어컨의 이름이고 「통통배」는 이 컴퓨터, 저 컴퓨터를 오가는 플로피 디스크다. 17인치 컴퓨터 모니터는 사무실에서 가장 큰 얼굴을 한 덕분에 「큰 바위얼굴」이며 14인치 모니터는 17인치가 들어온 이후 냉대받는 처지로 전락했다해서 「찬밥」이 됐다.
창업의 일등공신인 대표 박항기(28)씨의 직책명도 「열림빛」, 사장 김경율(28)씨는 「으뜸빛」, 부사장 양문성(27)씨는 「버금빛」이다.
이름고을은 연세대 동아리 「한글물결」에서 한솥밥을 먹던 박씨 등이 재학중인 94년 의기투합해 설립한 젊은 회사.
1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해 8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 이름고을은 중소기업의 제품브랜드나 단체의 슬로건 등을 지어주고 있다. 업계에서 공인된 가격의 1/3 수준인 염가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매달 평균 30%정도의 가파른 성장을 하고있다.
올해 매출액은 1억원정도에 불과하지만 내년에는 3배이상 성장을 목표로 잡고 있다.
연세대 기념품매장 「보람샘」, 모의류업체의 신세대패션 브랜드 「네오띠끄」, 모출판사의 「뛰는 독해 나는 단어」 등이 이름고을의 작품이다.
이름고을의 독특함은 상근자는 5명이지만 직원은 30여명에 가까운 조직에서도 나타난다. 상근자를 제외한 나머지 인원은 네트워크로 연결돼 프로젝트가 있을때만 함께 모여 작업을 수행하는 인력풀(pool)개념으로 운용하기 때문.
모두 톡톡튀는 능력을 갖춘 이들은 대부분 대학에 적을 둔 학생이나 대학원생으로 한개 프로젝트를 일주일만에 해결한다는 「7일 경쟁력」슬로건을 내걸고 집중적으로 승부한다.
또 특허법률사무소 기업문화연구원 등과 연계, 직원들이 생산한 소프트웨어와 기존의 하드웨어를 결합시켰다. 작명에 그치지 않고 필요한 경우 네트워크로 연결된 디자인회사에 하청을 주는 형식으로 저렴한 가격에 디자인까지 제공해 주고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사의 손정의 사장을 가장 존경한다는 박씨는 『이 세상에 명멸하는 모든 사물에 어울리는 좋은 이름을 부여해주는 것에서부터 아름다운 사회가 시작된다』며 『국내 최고의 네이밍 프로세스를 개발하는 것이 당장의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름고을에는 작명을 해달라는 요청도 많지만 돈받고 사람이름을 지어주지는 않는다. 대신 하이텔 천리안 등 4대 컴퓨터통신망(go name)에 1만8천여개의 한글이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분당 500원씩에 제공하고 있다. (02)338―4192<김정곤 기자>김정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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