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리언 라인 감독의 최근작 「롤리타(Lolita)」가 할리우드에서 문전박대를 받고 있다. 라인 감독은 「나인 하프 위크」와 「위험한 정사」로 이미 「얄궂은 성향」을 유감없이 보여준 바 있는데 이번에는 도가 좀 지나쳤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설이 무성하다. 이 작품은 제작비를 댄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는 이미 개봉됐다.「롤리타」는 러시아 태생 미국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소설이 원작. 중년의 대학교수와 조숙한 열두살짜리 의붓딸의 변태적인 사랑을 그리고 있다. 1955년 프랑스에서 출판됐을 때 유럽과 미국에서는 상당한 논란이 일었다. 프랑스에서는 2년간 출판금지 끝에 58년에 해금됐고 미국에서는 이 해에 비로소 출판됐다.
라인 감독은 이 영화를 들고 할리우드의 여러 영화사를 찾아다니며 미국내 배급을 요청했으나 「상영시간(2시간17분)이 너무 길고 재미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그러나 그는 『이는 형식적인 이유일 뿐』이라며 『사실은 영화 내용 때문에 할리우드가 내 작품과 관계하기를 꺼리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미국에서는 어린이에 대한 성적 학대가 심각한 사회문제이기 때문에 할리우드가 「지레 겁을 먹고 있다」는 얘기다.
「롤리타」는 제레미 아이언스가 험버트 교수로, 신인 도미니크 스웨인이 롤리타로, 멜라니 그리피스가 롤리타의 어머니로 출연했는데 얼마전 뉴욕 시사회때 뉴스위크 영화평론가 잭 크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크롤은 이 작품에 대해 『매우 민감하고 지적이며 스타일이 좋다』면서 『라인 감독은 노골적인 성애장면을 삼가고 사랑의 비극을 통찰력 있게 그렸다』고 칭찬했다.
「롤리타」는 지난 62년 명감독 스탠리 큐브릭이 처음 영화화했다. 당시 제임스 메이슨이 험버트 교수로, 수 하이언이 섹시한 롤리타로, 셸리 윈터스가 롤리타 어머니로 나왔다. 흑백으로 찍은 이 작품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원작을 깊이 있고 치열하게 해석한 연출로 격찬을 받았다.
라인 감독의 「롤리타」는 내년초 독일 프랑스 영국에서도 개봉될 예정이다.<박흥진 미주본사 칼럼니스트 편집위원>박흥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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