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도 먹을만큼 먹어야 오래산다/과일·곡식 흔치않아 양·야크고기가 주식/그래도 비만 드물고 장수하는 노인 많아티베트는 가장 낮은 곳이 해발 3,700m이고 높은 곳은 5,900m에 가깝다. 산소가 부족해 외국인들은 쉽게 적응하기 힘들다. 티베트는 기원전 500년께부터 역사를 문자로 기록했으며 7세기경에는 그들의 고유문자를 만들었다. 7세기에 중앙아시아를 정복한 뒤 서기 763년에는 중국으로 건너가 장안을 점령했다.
▷티베트의 룽다◁
785년에는 서쪽으로 세력을 확장해 파미르고원까지 지배하에 두고 찬란한 문명을 이룩했다. 아직도 나쿠(나곡), 르커치(일객칙), 산난(산남) 같은 곳에는 이들이 자랑하는 장수촌이 있다.
그러나 생활수준이 낮고 위생상태도 좋지 않다. 목욕을 하지 않아 냄새가 나는데다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야크젖이나 양젖으로 만든 버터를 온몸에 발라 기름기가 돌고 불결한 느낌마저 든다.
이 곳엔 밥도 없고 빵도 없다. 4,000m이하에서는 양고기를 많이 먹고 고산지대에선 야크고기를 주식으로 한다. 또 고산지대에서 나는 보리와 조를 볶아 빻은 가루를 버터와 섞어 다져먹는 짬바가 고작이다. 물론 일부 지방에서 포도와 멜론이 나지만 신장(신강)자치구의 토르판이나 우루무치처럼 과일이 흔하지는 않다. 그렇다고 피부병이 많은 것도 아니다.
오늘날 현대인이 앓고 있는 대부분의 피부병은 몸을 너무 깨끗이 하고 위생적으로 관리해서 생겨난 인조병이라고 할 수 있다. 티베트인들은 목욕을 거의 하지 않지만 피부병이 많지 않았다.
그 곳에 머무는 동안 여러 곳을 둘러 보았다. 생활수준이 낮고 먹는 것도 별로 좋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나라같이 악착스럽게 사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부자나 권력을 부러워하는 사람도 못보았다. 이들에게 이승이란 잠깐 머물다가는 과정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았다. 이같은 티베트인들의 인생관은 자연히 승려를 많이 만들어 냈다. 비행기에서 내려 라사 시내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병을 고치고 복을 가져오게 한다는 룽다(용달)였다. 룽다는 소원이 담긴 깃발 같은 천을 깃대에 수없이 매달아 놓은 것으로 복을 빌고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데 사용됐다. 30∼40년전 우리나라의 성황당과 매우 흡사했다. 몽골이나 칭하이(청해)성 그리고 신장자치구에서는 이런 것들을 오뿌(오포)라고 했다.
쉽게 말하면 횡액을 막고 뜻하지 않은 병고에서 벗어나기 위한 일종의 토착신앙 같은 것이었다. 가는 곳마다 마을입구에 돌을 쌓아놓고 한가운데 룽다를 세워 놓았다.
이런 깃대는 사람이 사는 곳이면 어디에나 있다. 집안은 물론 들이나 길거리에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풍습은 라마불교와 관계가 없다. 이 곳 사람들의 설명에 따르면 몽골이나 티베트에서 샤머니즘의 영향아래 전래되어온 종교유산으로 예전에는 미친 사람을 고쳤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굿이나 푸닥거리와 비슷했다.
▷건강과 비만◁
유라시아 대륙에는 세계적으로 이름난 장수촌이 많다. 일본의 오키나와(충승), 유럽의 불가리아, 파키스탄의 훈자에 있는 장수촌에 버금간다. 그러나 중앙아시아 장수촌 사람들은 우리들이 알고 있는 건강상식과 정반대되는 식생활을 하고 있어 놀랐다.
쉽게 말하면 이들의 주식은 고기이다. 양, 말, 야크고기를 많이 먹는다. 위구르족은 종교적인 이유 때문에 돼지고기 대신 양고기나 말고기를 많이 섭취한다.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고기가 산성 식품이기 때문에 몸을 산성화해 노화를 촉진하고 건강에 이롭지 못하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 또 채소는 알칼리성이기 때문에 채식을 하면 우리 몸이 알칼리성으로 바뀌어 장수한다고 믿고있다. 냉면에 얹어놓은 돼지고기마저 먹지 않는 사람이 많다. 곰탕집이나 설렁탕집에서는 기름기 있는 고기를 외면하는 경우를 흔히 본다.
살찐 사람이 건강하다는 얘기도 옛말이 돼버렸다. 표준체중 이상으로 뚱뚱하면 비정상이고 성인병의 초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보릿고개를 걱정하던 시절에는 먹거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돈많은 사람일 수록 뚱뚱하고 가난뱅이는 야윌 수 밖에 없었다.
오늘날에 와서는 정반대이다. 뚱뚱한 사람은 영양공급에 이상이 있거나 식생활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비만증은 생활정도가 낮은 흑인이나 원주민들에게 많이 나타난다. 상류층보다 균형있는 식사를 하지 못해 생겨난 결과라 해석되고 있다.
고혈압, 심장병, 당뇨병 등 성인병은 비만증에 걸린 사람에게 많이 발생해 그들의 수명을 단축시킨다. 따라서 비만증을 억제하고 다이어트를 해야만 건강해진다. 보기만 해도 그대로 살이 될 것같은 비계나 기름기있는 음식을 기피하는 습성이 이제는 상식으로 통한다. 그러나 이같은 지방기피현상도 잘못된 건강상식이다.
우리들이 매일 섭취하는 지방이나 고기의 양은 서양사람들에 비하면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다. 하물며 지방이나 기름에는 비타민A, D, E가 포함돼 있어 기름기있는 음식을 먹지 않으면 비타민 부족을 피할 수 없다.
콜레스테롤도 너무 부정적인 측면만 강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많아도 걱정이지만 콜레스테롤이 모자라면 우리의 몸에 없어서는 안될 여러가지 효소나 호르몬 생산에 지장을 준다. 남자의 정액은 물론 뇌세포와 뇌조직에 가장 좋은 영양분도 콜레스테롤이다. 티베트 사람들은 양이나 야크고기와 함께 지방도 즐겨 먹는다. 그렇다고 뚱뚱한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육식해야 장수한다/기름기 음식 섭취해야 단백질 보충
티베트 사람들은 거의 자급자족의 상태에 머물러 있다. 가축의 가죽으로 만든 옷과 신발을 이용하고, 동물 배설물로 불을 피우며, 고기를 먹고 살아간다. 물론 도회지로 나가 현대식 건물에서 사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아직 시골에서 천막 비슷한 이동식 간이주택에서 산다. 대부분 가축을 따라 유목생활을 하기 때문에 한 고장에 정착하지 않는다. 현대식 병원도 없다. 약으로는 생약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시장(서장)자치구에 있는 한 장의원의 연구조사에 따르면 도회지 사람 중엔 장수하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시골에서 전통음식을 먹고사는 사람들만이 장수한다는 얘기였다.
특히 노인들도 기름기많은 음식을 너무 잘 먹어 놀랐다. 요즘 우리나라의 채식 바람과는 반대되는 현상이었다.
자연요법을 신봉하는 사람들은 고기와 채소를 산성과 알칼리성으로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는 없다.
사람의 몸은 대부분 단백질로 이루어져있다. 단백질은 아미노산으로 구성돼있는데 이중 대부분의 아미노산은 우리 몸안에서 합성되지 않기 때문에 고기를 먹어야만 보충할 수 있다. 보신탕도 고단백, 고지방 식품이기 때문에 몸에 좋다. 따라서 고기를 많이 먹어야 건강에 이롭다는 얘기가 될 수 있다.
고기를 먹으면 고혈압과 동맥경화증을 유발한다는 주장은 서양사람들을 위해 만든 서양의학을 그대로 도입해 생겨난 착각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너무 맵고 짜게 먹기 때문에 고혈압, 동맥경화증, 뇌출혈, 뇌일혈 등을 유발한다. 티베트의 장수촌 사람들은 오늘날에도 고기를 많이 먹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장수한다. 육식과 채식의 균형있는 조화가 장수의 비결이라고 생각한다.<허정 박사>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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