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국민회의총재의 「양심수 사면」발언이 정가에 파문을 낳고 있다. 김총재는 지난달 31일 광주지역방송초청 대선후보TV토론회에 참석, 『우리는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뿐 아니라 양심수에 대한 사면 복권도 주장하고 있다』며 『양심수란 공산주의자가 아니면서 조국을 사랑했다는 이유로 구속된 사람』, 『애국하는 방법에 차이가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우리는 김총재의 정확한 전체발언내용이나 진의에 관해 보도내용이상으로는 알 수 없다. 따라서 김총재는 그가 지칭한 양심수란 어떤 사람을 가리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할 것이다. 김총재는 이 발언에서 분명히 「양심수란 공산주의를 지지하는 사람은 아니다」라고 전제를 달았다. 그럼에도 김총재의 발언에서 혼란을 느끼는 것은 바로 다음 얘기, 즉 「애국하는 방법에 차이가 있는 사람」이라는 표현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김총재의 발언이 간혹 이런 혼란을 야기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을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다. 예컨대 김총재의 발언이 어디에다 악센트를 둔 것인지 애매모호하다는 평소의 지적들이 바로 그것이다.
법무부는 즉시 대책회의를 갖고 김총재발언의 진의와 내용을 분석하고 『양심수는 폭력을 사용하거나 옹호하지 않았음에도 신념, 인종, 종교 등의 이유로 구금된 사람을 지칭한다』고 밝히고 우리나라엔 그런 범주의 양심수는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당연한 반발이라 하겠다.
김총재는 현단계에서 모든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얻고 있는 유력한 후보다. 김총재는 기회 있을 때마다 자신이 지난 몇차례 선거에서 집권당측으로부터 「용공음해」를 당해 득표면에서 큰 불이익을 보았다고 밝힌바도 있고 많은 사람들은 이같은 김총재의 주장에 동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한 그가 어째서 이토록 명명백백한 사안에 관해 이같은 헷갈리는 발언을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의 소신이었다면 더 구체적으로 밝힐 필요가 있고 이른바 「진보세력」의 지지를 겨냥해 이런 발언을 했다면 정치 지도자로서 더욱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본다.
우리는 남북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가끔 이상적 통일주의자도 보게 되고 또한 이런 분위기를 이용해 북한을 몰래 방문하는 등의 엄연한 실정법위반행위를 양심수적 행위로 호도하려는 세력들이 있음도 잘 알고 있다. 이런 우리만의 상황 때문에 김총재와 같은 위치의 인사의 한마디 한마디는 신중하고 분명할 필요가 있다. 앞서도 지적했지만 우선 김총재가 말한 「양심수」의 개념이 분명치 않다. 「애국하는 방법에 차이가 있는 사람」이 양심수라면 더욱 혼란스럽다. 김총재 말대로라면 공산주의자만 아니라면 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해 폭력까지 불사하는 무정부주의자도 「애국하는 방법에 차이가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논리의 모순에 빠질 염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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