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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광촌 밝힌 ‘사랑의 빛’/태백 이정규 목사 불우이웃돕기 1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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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광촌 밝힌 ‘사랑의 빛’/태백 이정규 목사 불우이웃돕기 17년

입력
1997.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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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노인위해 날마다 도시락 배달『도시락 식겠다. 빨리 배달가야지』

강원 태백시의 양로원 「안식의 집」 주방에는 매일 상오 10시께 이정규(72·태백사회복지회 이사장) 목사의 다그침이 떨어진다. 곧이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정성들여 싼 도시락 55개가 달동네를 향한다.

이목사가 폐광촌에 내버려진 노인들을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사랑의 도시락」을 배달해온 지 벌써 5년째. 이목사는 지난 5월 췌장암으로 쓰러져 병원에 있으면서도 매일 전화를 걸어 도시락을 챙긴다.

평남 순천에서 태어나 해방 이듬해 단신월남한 이목사가 태백시로 이사한 것은 81년. 서울 교회의 담임목사 자리를 마다하고 『버림받은 곳에서 가난한 이를 위해 살자』며 부인 박윤희(70)씨와 함께 연고도 없는 태백시를 찾았다. 판잣집 단칸방에 짐을 푼 뒤 처음 한 일은 문맹률 20%가 넘는 광원가족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것. 광원들은 처음 『전도는 안하고 글이나 가르치는 목사』라며 이상하게 여겼지만 지금까지 300명이상이 한글을 깨쳤다.

83년 버려진 아이들을 위해 교회 구석에 마련했던 탁아소는 이제 시내에서 가장 좋은 「어린이 집」이 됐고, 태백시의 결손가정 280여 아이들은 이목사의 소개로 매달 후원금을 받고 있다. 이목사는 또 「안식의 집」을 운영, 홀로 된 할아버지 할머니 34명을 돌보고, 「태백사회복지회」를 만들어 진폐증으로 고생하는 200여명의 전직광원에게 무료진료를 주선해주고 있다.

이목사가 무의탁노인들을 찾아내 도시락배달을 시작한 것은 92년10월. 첫 추위에 굶주린 노인이 길거리에서 숨졌다는 신문보도를 본 것이 계기가 됐다. 도시락을 만드는 일은 「안식의 집」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맡았고, 배달료와 재료비는 교회 신도들이 십시일반으로 보탰다.

17년간 스스로를 태워 「막장의 빛」이 되어온 이목사는 『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을 내 주위에 둔 것은 하나님의 뜻』이라며 마지막 순간까지 봉사를 다짐했다.<태백=이동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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