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부터 계속되어온 미 상원의 대선자금 청문회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로 끝났다. 청문회를 이끌어 온 상원 정부문제위원회의 프레드 톰슨 위원장은 이날 『추가적인 청문회의 개최여부는 계속 유보해둘 것』이라고 밝혔지만 그동안 클린턴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당 수뇌부를 괴롭혀 온 청문회는 사실상 막을 내렸다. 4개월동안 수백명의 증인을 불러냈지만 수많은 의혹중 어느 한가지에 대해서도 물증을 찾지 못하고 유야무야로 끝난 것이다.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정치인이 중심이 되는 조사활동은 용두사미격이 되기 십상이고 미국이라고 예외는 아닌 것같다. 하지만 연말까지로 합의돼있는 청문회 활동시한을 두달이나 남긴 상태에서 끝내는 것에서 미국정치의 실용주의적 단면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시한이 끝날때까지 집요하게 정치공세를 폈을텐데 「소득이 없다」는 이유로 중단하는 것이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실제로 청문회를 주도해온 공화당측에서도 점차 시들해져가는 청문회를 물고 늘어지면 자칫 『불법의 증거는 찾지 못하면서 정치공세만 일삼는다』는 비난이 제기될 것을 우려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는 또 유권자들이 불필요한 일에 예산을 소모하는 정치인의 행위를 눈감아 주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정치를 선의로만 해석하면 어리석다』는 말은 여기에서도 통한다. 대선청문회를 끝내야만 하는 공화당측에도 이면의 정치적 계산이 있었던 것같다. 무엇보다 정치자금의 불법시비가 계속되면 될수록 그 화살은 민주당뿐아니라 정치권 전체에 돌아갈 것이라는 점을 의식했음에 틀림없다. 정치자금모금에 관한한 역대로 공화당이 민주당보다 절대적인 우위에 서 왔기 때문에 『정치자금을 규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가는 제목을 조르는 격이 될수도 있다. 클린턴 대통령과 민주당측의 『정당에 대한 무제한 기부를 허용하고 있는 「소프트 머니」제도를 없애자』는 정치자금법 개정안이 여론의 호응을 얻었다가는 공화당으로서는 정말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어찌보면 이번 청문회에는 처음부터 적당히 민주당측을 괴롭히는 수준에서 막을 내린다는 운명이 지워졌는지도 모르겠다.<워싱턴>워싱턴>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