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서 멋대로 전용 2033년엔 기금 고갈/기초·소득연금 분리로 재정건전성 확보해야얼마전 국정감사에서 국민연금을 관리운영하는 국민연금관리공단의 부실운영 실태에 대한 강력한 비판이 제기되었다.
지방출장소의 공금횡령과 진급심사에 대한 부정 그리고 낙하산 인사 등 관리운영체계가 허술하고 구태의연함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은 실망감보다는 허탈감을 느꼈을 것이다. 국민연금이 도입된 이후 10년동안 제도에 대한 신뢰성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차에 관리운영기관의 고질화한 병폐가 드러나면서 국민들은 어디 하나 신뢰할 구석이 없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문제점은 네 가지가 지적될 수 있다. 첫째는 장기적으로 재정이 불안정하여 연금체제의 존립에 위험이 있다는 점이고, 둘째는 일부 계층만을 대상으로 해 보편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으며, 셋째 공무원 등의 특수직역연금과 형평성이나 연계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고, 마지막으로 남북한 통일에 대비한 기반 조성이 되지 못하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국민연금의 재정문제는 예상되는 재정적자 및 기금고갈 등 제도 자체가 갖고 있는 문제점과 연금기금에 대한 부실운영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국민연금제도 자체의 문제를 볼 때, 국민연금제도는 임금의 10%를 보험료로 부담하고 20년을 가입하면 소득의 40%를 연금으로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재정조달구조는 가입자의 부담액에 비하여 연금액은 2배에서 5배를 더 지급하게 되는 재정상의 모순이 있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제도가 처음 시행되었을 때에는 연금을 받는 수급자가 발생하지 않아서 기금이 적립됐지만, 2003년부터는 연금지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2025년부터는 적자가 발생하게 되고, 2033년에는 기금이 고갈되어 재정조달이 불가능하게 된다. 따라서 현재 적립되고 있는 기금을 잘 운영하여 재정적자와 기금고갈 시점을 늦추도록 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그런데 정부는 마음대로 기금을 전용해서 쓰고 있고, 기금운용에 대한 수익률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정부의 원금상환에 대한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국민연금 도입 이후 97년 7월말까지 25조원에 이르는 국민연금기금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16조 7,000만원을 공공부문에 투자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자율은 민간부문의 12%보다 2% 낮은 10%만을 계산하고 있다.
또 공공자금관리기금법을 제정하여 기금을 강제로 예탁하게 하면서 국채도 발행하지 않고, 국회승인도 받지 않는 교묘한 방법을 쓰고 있다. 더욱이 다른 공공기금과 혼합함으로써 국민연금기금의 투자부문에 대한 투명성도 명확히 하고 있지 않다.
현 정부는 국민연금기금을 마구잡이로 가져다 쓰고 있으며 나중에 국민연금의 적자가 발생하는 시점에는 원금을 상환할 당사자나 책임질 주체는 없게 된다. 설령 2025년에 가서 집권한 정부가 원금을 상환한다고 하더라도 그 재원은 국민의 세금부담을 증가시키는 방법을 택할 수 밖에 없다.
이와 같이 국민연금제도는 스스로 재정 불안정이라는 제도 자체의 모순점을 안고 출발했으며, 그나마 초기에 적립되는 기금을 정부는 눈 먼 돈 정도로 알고 멋대로 쓰고 있고, 국민연금관리공단은 관리운영을 방만하게 하고 있다. 결국 국민연금체제는 한마디로 총체적 부실이라고 평가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국민연금에 대해 신뢰를 더 상실하기 전에 조속한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국민연금의 구조를 조정하여 공무원을 포함해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는 기초연금제도를 도입하고, 그 이상의 노후보장은 가입자의 소득수준에 따라 급여를 지급하는 소득비례연금으로 분리하는 이중구조로 전환하여야 한다.
또한 재정에 있어서도 부담수준과 급여수준이 수지균형을 유지하도록 재조정하여 장기적인 재정의 건전성을 확보하여야 한다. 이와 함께 기존 가입자에 대하여 경과조치를 마련하여 제도 개선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는 방안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동시에 모두 해결한다는 것은 매우 복잡하고 힘겨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제시된 각각의 문제가 국민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관계부처 및 가입계층간에 충분한 이해와 합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제도의 문제점을 그대로 방치하면 후손에게 책임이 그대로 전가되며, 제도는 고착화하고 고질화하여 개선은 더욱 어렵게 된다는 선진국의 시행착오적 경험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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