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230억불 지원… 일·중·호도 동참/인니선 16개은 폐쇄·티모르차 사장 경질전세계가 「인도네시아 살리기」에 발벗고 나섰다. 국제통화기금(IMF)은 31일 외채와 통화불안정으로 심각한 경제위기를 맞고 있는 인도네시아에 역대 최대규모인 230억달러를 지원키로 했다.
미국은 『IMF의 지원액이 충분치 않을 경우』란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30억달러를 지원할 용의가 있다는 뜻을 밝혔고, 일본 호주도 각각 50억달러, 14억3,000만달러를 인도네시아에 지원키로 이날 결정했다. 중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홍콩 등도 IMF와는 별개의 국가간 경제원조를 약속했다.
IMF를 비롯한 세계각국의 지원금액을 모두 합한다면 인도네시아에 쏟아지는 국제원조는 무려 350억달러를 넘어서리라는 전망이다. 95년 미국의 주도하에 실시된 500억달러 상당의 멕시코 구제금융 다음가는 엄청난 규모다.
특히 이번에는 미국이 「제2선」으로 물러선 대신 국제기구인 IMF가 전면에 나서 개발도상국에 대한 대규모 지원을 실시했다는데에 더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인도네시아의 경제상황이 이처럼 국제사회의 초미의 관심사가 된 것은 인도네시아가 2억에 달하는 인구 대국인데다 최근 통화폭락과 산불 등으로 초토화한 이 나라 경제가 동남아 경제권을 급속히 무너뜨릴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로버트 루빈 미 재무장관은 『동남아 경제위기가 세계경제에 유발시키는 파급효과는 엄청나다』며 『인도네시아가 동남아 경제권의 맹주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는 이번 원조로 경제부흥의 발판을 마련하는데는 일단 성공했다. 그러나 돈을 빌려오는 대가로 국제사회에 약속한 여러 전제조건들은 앞으로 인도네시아 현정권의 정치·경제행태에 커다란 부담이 될 전망이다. 우선 수하르토 대통령 일가가 직접 경영해온 기업의 독점적 지위가 크게 흔들리게 됐다.
실제로 수하르토 대통령의 3남 후토모 푸트라가 사장으로 있는 자동차회사 티모르는 이날 현 사장을 전격 교체했다. 자금난을 겪고 있는 16개 은행도 폐쇄됐다. 정부는 또 농산품에 대한 정부보조금도 줄여야 한다. 이밖에 무역장벽과 수입관세, 공공부문투자, 비효율적인 독과점품목에 대한 정책도 대대적으로 바꿔나가야 한다.
그러나 내정간섭에 가까울 정도로 까다로운 전제조건에 대해 동남아 국가가 느끼는 반발도 적지 않다.
모하메드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는 『환투기꾼의 장난을 묵인해온 국제사회가 이번에는 원조를 미끼로 터무니없는 요구를 해오고 있다』며 『차라리 식민지로 되돌아가는 한이 있더라도 이런 수모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황유석 기자>황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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