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가격의 폭락속에 원화의 대미환율이 급상승하고 있다. 주가와 원화가치는 서로 밀접한 관계에 있다. 원화가치의 하락은 외국인투자자들의 이탈을 가져와 주식가격의 하락을 부추기고 이는 다시 원화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킴으로써 환율 상승의 압박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주가의 폭락은 기업의 자금조달을 더욱 어렵게 만들어 재정상태가 부실한 기업을 양산하고 이들 기업에 돈을 빌려준 은행들을 부실화시킴으로써 총체적인 금융위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왜 환율이 급등하는가. 환율은 근본적으로는 경제의 기초여건(Economic Fundamentals)에 달려 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국제신인도, 즉 국제금융계가 우리 경제를 어떻게 인식하는가에 달려 있다. 이것은 다시 외환딜러들의 환율예측에 영향을 준다. 동남아의 통화위기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건전한 경제여건 때문에 원화는 국제투기자금의 공격대상에서 벗어나 있었지만 한국의 국가신용도와 금융기관신용등급이 떨어지면서 마침내 공격대상이 된 것이다.
이러한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는 모든 경제주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믿는다. 현상적인 위기에도 불구하고 각종 지표는 우리 경제의 기초여건이 상당히 건전하며 여러 선행지표는 경제가 완만하긴 해도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음을 보이고 있다. 개인은 돈을 장롱에 감추어둘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회복을 믿고 주식시장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 기업도 움츠러들 것만이 아니라 신규투자를 벌여야 한다. 은행 또한 대출의 부실화만 우려할 것이 아니라 과감히 투자자금을 대출해 주어야 한다. 활황의 믿음이 활황을 가져온다. 우리 경제의 가시적인 회복만이 국제금융계의 신뢰를 회복하고 환율의 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
개발연대에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에 익숙해서인지 우리는 경제문제에 대해 흔히 정부를 탓하거나 정부에 기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외환위기에 관한 한 금융제도 등을 구조적으로 개혁하는 것 외에 정부의 역할은 매우 제한되어 있다.
사실 전세계적인 통화불안정은 이른바 지구촌화(Globalization)와 더불어 급증하고 있는 단기자본의 국제이동과 관련이 있다. 런던, 뉴욕 등의 외환시장에서 거래되는 국제자본의 양은 무역거래의 수십배에 달한다. 따라서 통화간의 교환비율은 무엇보다도 외환거래자들의 통화가치에 대한 예측에 달려 있다. 이들이 특정통화의 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판단해서 매도하기 시작하면 그 통화는 가치를 잃게 마련이다.
물론 통화가치의 하락을 막기 위해 정부가 개입할 수도 있지만 정부의 외환보유고는 통화 거래의 양에 비추어 턱없이 적기 때문에 장기적인 개입은 불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자본의 국제이동이 자유로운 상태에서는 환율의 안정과 통화정책의 자율성은 양립이 불가능하다. 환율을 안정시키려면 물가안정과 같은 통화정책상의 목표를 포기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국민이 나서야 하는 소이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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