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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부도 끝이 안보인다/재벌만 8개 휩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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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부도 끝이 안보인다/재벌만 8개 휩쓸려

입력
1997.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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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리스트’ 오르면 금융권서 여신회수 규모·업종불문 ‘공포’대기업 연쇄부도행진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재계서열 24위의 해태그룹이 화의·법정관리를 신청하고 25위의 뉴코아그룹이 비슷한 운명에 처함에 따라 올들어 화의 법정관리 부도유예협약 등 부실기업처리절차에 들어간 중견급 이상 기업은 한보 삼미 진로 대농 한신공영 기아 쌍방울 태일정밀 등 모두 10개로 늘어났다. 이중 쌍방울과 태일정밀을 뺀 8개는 50대이내 재벌이며 삼립식품 바로크가구 한주통산 등을 포함, 몰락한 상장사는 30개를 넘고 있다. 특히 해태의 몰락은 ▲기아사태만 해결되면 대기업 추가부도는 없을 것이란 기대감과 ▲연말까지는 더 이상 대기업도산은 없게 하겠다는 정부방침이 동시에 깨졌다는 점에서 충격과 함께 상당한 후유증을 남길 전망이다.

현재로선 대기업 연쇄도산의 고리를 끊을 방법이 없어 보인다. 「부도유예협약」을 만들고 「여신회수자제결의」를 유도하고 「협조융자자율협약」까지 추진됐지만 모두 실패했다.

도산하는 기업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한결같이 차입을 통해 무리한 확장을 했거나 구조조정의 소용돌이에 몰린 업종을 갖고 있는 기업들이다. 그러나 기업재무구조가 하루 아침에 개선되기 어려운 만큼 연쇄도산방지를 위해선 당분간은 금융기관들의 「협조」가 불가피하다. 부도도미노가 이쯤에서 멈추기 어려운 까닭은 바로 부실기업의 생사여탈권을 쥔 금융권이 비협조적이라는데 있다. 종금사가 특히 심하다.

한보부터 해태 뉴코아까지 10개 대기업에 물린 금융권의 여신은 약 28조원에 달하고 있다. 이 모두 사실상 부실여신이다. 연말결산시 무더기 적자와 무배당사태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금융기관이 살려면 한계기업에 추가여신은 커녕 기존 여신도 회수할 수 밖에 없다는게 금융권 인식이다. 더구나 미국의 영향력있는 신용평가기관인 S&P사와 무디스사 등이 국가 및 은행신용도를 하향조정함으로써 대외신인도는 최악의 상태로 추락해있다. 한 은행임원은 『부도유예협약은 법정관리나 화의로 가는 징검다리이고 협조융자협약 역시 해태사태에서 나타났듯이 종금사들의 협조가 없는 한 밑빠진 독에 물붓는 격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부도공포는 현재 규모 업종 지역을 불문하고 무차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금융권에선 아직도 「부실기업리스트」가 나돌고 있으며 「표적성 여신회수」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그 결과는 기업도산→금융기관부실→여신회수→추가부도→추가부실의 악순환속에 기업과 금융의 공멸이다.

환율폭등과 주가폭락의 금융공황도 기업도산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한 당국자는 『기업의 수익구조가 개선되지 않는한 아무리 경제지표가 좋아도 외국자금의 유입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업연쇄도산과 금융기관부실, 금융시장공황이 맞물린다면 경제의 기초가 아무리 튼튼하더라도 버텨내기 어렵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풀 수 있는 것은 정부 뿐이라는게 공통된 지적이다.<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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