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과 하시모토 류타로(교본룡태랑) 일본총리가 1일부터 시베리아에서 비공식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이번 회담은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에 이어 옐친 대통령의 중국 및 인도방문, 리펑(이붕) 중국총리와 프리마코프 러시아외무장관의 일본방문을 앞두고 열린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가 한반도를 둘러싸고 이처럼 숨가쁜 외교전을 펼치고 있는데도 우리는 대통령선거와 경제불황으로 여기에 관심을 쏟을 겨를이 없다. 미중정상회담에서도 그러했듯이 일련의 이러한 회담에서도 한반도 문제가 중요한 의제가 될 것이 뻔한데도 그러하다.
러일정상회담은 냉전후 동북아시아의 새로운 질서가 확립되어 가는 과정에서 양국의 역할을 설정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러시아로서는 경제발전을 계속하고 있는 중국이 위협적인 존재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과의 관계를 강화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특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동진으로 입지가 좁아진 러시아는 아시아에서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서나 경제발전을 위해서도 일본과의 신뢰관계 구축은 빼놓을 수 없다. 옐친이 하시모토 총리와의 회담을 끝낸 후 중국과 인도방문에 이어 일본 방문을 계획하고 있는 것도 여기에서 그 까닭을 찾을 수 있다.
이 점은 중국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일본도 똑같은 입장이다. 더욱이 숙원인 북방영토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러시아와의 신뢰관계 회복을 더 이상 미를 수 없다. 하시모토 총리가 지난 7월 「신뢰, 상호이익, 장기적 관점」이란 대러 3원칙을 발표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처럼 양국은 상호 인식이 일치함에 따라 이번 회담을 통해 신뢰관계 회복에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사우나를 같이하는 「알몸외교」 등을 통해 북방영토등 골치아픈 문제를 젖혀놓고 경제협력 등 해결 가능한 실질적인 문제를 중점적으로 논의하기로 한 사실에서도 이를 점칠 수 있다.
우리로서는 이번 러일정상회담이 클린턴 미국대통령의 종용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클린턴 대통령은 지난 6월 덴버 정상회담에서 하시모토 총리에게 러시아와의 관계개선을 요청했었다. 중국을 중심축으로 4대 강국이 외교전을 펼치는 상황에서 클린턴의 이같은 요청은 한반도 평화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일본간에는 북방영토문제로 인한 불신의 골이 깊어 당장 양국관계가 완전 해동에 이를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양국이 대화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한반도 문제가 자연히 거론되고 이것이 동북아의 안보질서 형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러일은 물론 미국과 중국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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