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고용 등 사창가 뺨치는 불법영업 불구 단속은 되레 ‘사각지대’매춘이 사창가에만 있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매매춘은 장소와 시간을 가리지 않고 이뤄진다. 돈과 욕망만 있으면 얼마든지 성을 살 수 있는 세상이다. 특정 지역의 사창가에서 이뤄지는 매매춘은 전체의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사창가에 대한 공권력의 단속을 「매춘과의 전쟁」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유흥가를 중심으로 한 변태적인 매매춘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도심의 단란주점이나 룸살롱 숙박업소 안마시술소 증기탕 변태이발소 등은 물론 만남을 주선하는 이벤트기획업체 전화방에 이르기까지 매매춘이 이뤄지는 곳은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허술한 단속 탓에 급속히 확산되는 사창가 바깥쪽 매춘은 미성년자를 고용하고 성병을 확산시키는 등 사창가 이상의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다.
단란주점 등 유흥업소에서의 매춘흥정은 이제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 서울 S관광호텔의 한 단란주점은 인근 회사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여종업원과의 「확실한 2차」를 보장하며 호객하고 있다. 20만원을 추가로 지불하면 외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의 한 관광호텔 증기탕. 여성 목욕보조자들의 「특수 서비스」로 유명한 이 곳의 요금은 13만∼14만원 수준. K씨(30)는 『두달전 이곳에서 신용카드로 계산했는데 청구서에는 어딘지도 모르는 호프집에서 쓴 것으로 돼있었다』고 말했다. 변태 매춘을 통한 음성적 수입 역시 교묘한 방법으로 세금망을 피해가는 것이다. 단속에도 불구하고 거의 대부분 증기탕에서는 거리낌없이 매춘이 이뤄지고 있다.
80년대 은밀한 매춘행위로 유명했던 서울 청계천 일대의 몇몇 「클럽」도 싼 값을 내세우며 새롭게 고객을 끌고 있다. 이곳 업소들은 대부분 단란주점 형태로 복층구조의 밀실을 만들어 현장에서 매매춘을 하고 있다.
「이벤트 기획」이라는 허울좋은 이름을 내걸고 「회원제」매춘을 알선하는 조직도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다. 5월 윤락행위알선 혐의로 경찰에 구속된 4개 이벤트 업체들은 수백명의 회원을 관리하며 거미줄같은 연락망으로 매춘을 알선해왔다. 경찰관계자는 『군소 이벤트회사가 「전화즉석미팅」을 광고하면 대부분 매춘을 전제로 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퇴폐이발소는 강력한 단속으로 많이 사라졌지만 지방에는 아직 많이 남아있는 실정. 최근에는 목욕탕에서도 비밀방을 만들어 매춘하는 곳도 있다고 전해진다.
또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틈새시장」을 노리는 매춘행위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서울 변두리의 공원이나 산에서는 중년 여성이 노인들에게 접근해 즉석에서 「거래」를 하는 모습이 눈에 자주 띈다. 서울 중랑구에 산다는 한 시민은 취재팀에 전화를 걸어 『60대 중반의 아버지가 인근 공원에 나타나는 윤락녀에게 용돈을 탕진하고 있다』면서 『왜 단속이 안 이뤄지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이상연 기자>이상연>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지요’/윤락방지법 유명무실/남성에만 관대한 사회 성풍토가 문제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다? 이는 시장경제의 기초 원리다. 파는 매춘이 먼저인지 사는 매춘이 먼저인지 논쟁은 무의미하다. 윤락업소는 매춘을 원하는 남성들 때문에 존재하고 번창한다.
그러나 서로의 거래에 의해 매매춘이 이뤄지는 데도 파는 여성은 통제와 배척의 대상으로 인식돼 있는 반면, 사는 남성은 윤리적으로만 문제될 뿐 사회적으로 낙인찍히거나 제도화한 억압 속에 놓이지 않는다. 지난해 초부터 시행된 개정 윤락행위방지법은 윤락의 상대자도 최고 1년형에 처하도록 강화했지만 처벌은 윤락녀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
사창가의 출입은 10대 청소년에게는 성적 호기심을 해소하는 수단으로, 성적욕구가 왕성한 20대에는 성인으로 가는 통과의례로 여겨진다. 군입대를 앞두고 거쳐가야 한다는 인식과 관행이 아직도 남아 있다. 30대는 동료와의 술자리 등 전체적인 분위기에 휩쓸리거나 군중심리에 의해 집단 출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40대 이후는 독신이거나 성적불만을 해소하지 못한 남성이 주로 출입하고 있다. 이밖에 성기능에 자신감이 떨어지는 60세 이상의 실버층에서 출입이 늘고 있다는 조사보고가 있다.
20대 이상의 남성중 80% 이상이 매춘의 경험이 있다는 한 조사도 있다. 윤락행위방지법이 사문화하다시피 한데다 남성에게만 관대한 사회적 인식 때문에 사창가의 출입은 남성들에게 큰 죄로 여겨지지 않고 때로는 「권리」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성을 사는 것은 현행법상 분명한 「범죄」다. 최고 징역 1년 또는 벌금 300만원에 해당한다. 한국의 남성들은 자칫하면 언제라도 「전과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염영남 기자>염영남>
◎외국의 매매춘정책/규제주의독일·네덜란드 매춘합법·검진의무만/방임주의영·이·일 공공장소 호객만 단속/처벌주의한국·미 일부 매춘행위자 강력제재
매춘이 존재하지 않는 나라는 지구상에서 아마 없을 것이다. 단지 양성적이냐 아니면 음성적이냐, 또는 합법적이냐, 불법적이냐가 다를 뿐이다.
세계 각국이 홍등가를 관리·통제하는 원칙은 대략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매춘을 합법화하고 홍등가를 인정한 뒤 이를 적절히 통제하는 「규제주의」와 매춘행위에 국가가 관여 않고 인신매매나 호객행위만 단속하는 「방임주의」는 유럽 대부분의 국가와 일본 호주 등이 채택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를 비롯해 필리핀과 태국, 미국 일부 주에서는 매춘행위자에 대해서도 강력한 제재를 내리는 「처벌주의」를 고수하고 있다.
독일과 네덜란드 등 규제주의를 채택한 국가에서는 행정관청의 허가를 받으면 합법적으로 매춘행위를 할 수 있다. 대신 업주들은 법률에 의한 사업자 등록의무를 지게 되며 매춘 종사자들은 철저한 의료감시를 받아야 한다. 규제주의의 목적은 범죄조직에 의한 매춘여성 착취를 막고 의료검진으로 성병의 피해를 막는 등 매춘이 지닌 부정적 문제들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들 국가는 홍등가를 일반 주거지역에서 격리해 집단화, 공창화하는 방법을 통해 통제를 쉽게 한다. 독일의 경우 18세가 넘으면 매춘행위를 할 수 있고 세금도 부과되지만 실업자 보호 등 사회복지 혜택은 받지 못한다. 네덜란드는 매춘을 「여성의 권리」로 인정하는 나라. 하지만 자국 여성들은 자발적 매춘으로 합법화하면서 동구권이나 아시아에서 들어온 여성들은 경제적 필요에 의한 강제적 매춘으로 규정, 불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와 영국, 스위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 서구 여러 나라와 일본, 미국 일부 주는 매춘에 대해 전혀 처벌을 하지 않고 있다. 매춘행위를 철저히 개인적인 활동으로 규정하고 정부 차원의 개입은 피하는 것이다. 다만 매춘여성을 착취하거나 공공장소에서 호객행위를 할 경우만 단속대상이 된다. 1802년 세계에서 가장 먼저 공창제도를 실시한 프랑스의 경우 19세기 중반 폐창운동이 시작됐지만 음성적인 매춘과 성병 확산을 막지 못한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2차 세계대전 이후 규제를 풀었다. 섹스관광이 문제가 되고 있는 태국은 의외로 강력한 처벌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다만 외화 획득을 위한 유흥업소의 매춘은 방임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을 뿐이다.<이상연 기자>이상연>
◎왜 윤락녀는 사창가를 못떠나나/‘쉽게 큰돈’ 의식이 원인/재활프로그램도 빈약
한 번 발을 디디면 늪과 같아 빠져 나가기 힘들다는 사창가. 왜 윤락녀들은 사창가를 떠나지 못하는 것일까. 1차적인 원인은 윤락녀를 범죄인으로 낙인찍는 사회적 분위기와 실효성 없는 보호 정책에 있다.
사창가나 변태 유흥업소 단속에 걸린 윤락여성들은 부모나 연고자에게 인계되거나 사회보호시설에 수용된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몇주일이 못돼 다시 윤락가로 되돌아 오고 만다. 윤락녀라는 낙인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을 버티지 못하기 때문. 사회보호시설도 실효성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기술교육 자체가 새 삶을 시작하기에는 터무니 없이 비현실적인 데다 시설이 열악하고 운영도 강압적이다. 결국 훈방과 가출, 윤락가 회귀가 반복되는 것이다.
더구나 개정된 윤락행위방지법은 보호시설에 보낼 때는 반드시 본인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어 보호시설에 수용되는 윤락여성은 거의 없다. 서울시에 따르면 보호시설에서 직업교육을 받고 싶다는 윤락여성은 전체의 5∼7%에 불과하다.
「몸을 팔면 쉽게 큰 돈을 만질 수 있다」는 점도 윤락의 늪을 더욱 깊게 하는 요소다. 「신길동 텍사스」에서 만난 한 여성은 『한달에 수백만원을 벌 수 있는데 누가 힘들게 다른 직업을 찾아 떠나겠느냐』고 반문했다. 포주에게 진 빚 때문에 윤락가를 떠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여성개발원은 『윤락의 대가가 다른 직업보다 훨씬 높은 상태에서 현재의 직업교육은 대안이 될 수 없다』며 『보호시설 개선과 함께 실질적으로 전업이 가능한 직업교육과 의식교육 등 실효성 있는 재활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배성규 기자>배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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