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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불신이 최대악재/이성철 경제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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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불신이 최대악재/이성철 경제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7.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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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증시가 대폭락했던 27일 클린턴 대통령과 루빈 재무장관은 『미국의 경제기초는 여전히 강하다』는 내용의 짤막한 논평을 내놓았다. 87년 「블랙먼데이」이후 10년만에 최악의 주가붕락사태에 대한 정책당국의 반응치고는 너무도 간단했다. 그러나 주가는 다음날 반등했다.국내주가가 한없이 곤두박질치던 29일 강경식 경제부총리는 『우리의 경제여건은 건실하며 모두가 슬기롭게 대처한다면 금융시장안정을 되찾게 될 것』이란 장문의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외자도입확대와 가수요차단을 골자로 한 시장대책도 함께 제시했다. 하지만 이튿날 주가는 더 가라 앉았다.

비슷한 과정이 전개된 뒤 상반된 결과가 나오는 미국과 한국의 차이는 무엇일까. 부총리 담화내용과는 달리 우리나라의 경제여건이 나빠서일까. 대책이 함량미달이었기 때문일까.

미국경제가 한국경제보다 튼튼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미국증시는 너무 활황세여서 오히려 조정이 필요했다. 투자문화도 미국은 우리보다 훨씬 성숙되어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양국 주가의 희비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주가와 정책당국반응의 상관관계는 아마도 정부와 시장간의 신뢰문제가 아닌가 싶다. 미국주가회복이 대통령과 재무장관의 코멘트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정책당국의 간단하지만 자신있는 반응과 이에 대한 시장참여자들의 믿음이 큰 힘이 되었다고 해석하는데 전문가들은 주저하지 않는다.

한국증시의 끝없는 침체는 정책당국의 늘 「한박자」늦은 대응과 이로 인한 시장참여자들의 불신에서 비롯된다. 환율불안도 외국인이탈도 이보다 나쁜 악재는 아니다. 부총리 말대로 경제여건은 건실하고 시장안정책도 틀린 방향은 아니었지만 시장은 이제 정책당국의 어떤 말과 행동도 믿지 않고 있다. 질곡으로 점철된 한보사태이후 9개월의 한국경제를 복기한다면 정부는 자신이 왜 시장의 악재가 되었는지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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