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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지점 지원요청도 못들어줘/숨가쁜 외환딜링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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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지점 지원요청도 못들어줘/숨가쁜 외환딜링룸

입력
1997.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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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환율대란’ 전화벨·고함 북새통/딜러들 앉을 틈도 없어환율이 연일 급등하면서 「환율전쟁」의 최선봉기지 외환딜링룸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30일 상오 서울 중구 명동 외환은행 본점의 외환딜링룸. 야전사령관이라 할 수 있는 이홍우 외화자금부장은 딜러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시장상황을 알아보고 지시를 내리느라 자리에 앉을 새가 없다. 출근직후부터 미국의 한 지점으로부터 자금지원을 요청하는 전화가 계속 걸려오고 있지만 신경쓸 여유가 없어 아예 전화를 피하고 있다. 69년 입사이후 대부분 시간을 외환부문에서 보내온 이부장은 『10·26직후 한때 외환시장이 거의 마비된 적이 있지만 그때도 지금처럼 심각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부장뿐 아니라 40명 가까운 딜러들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양쪽귀에 전화기를 대고 저마다 주문을 내느라 딜링룸은 북새통을 이뤘다. 그러나 개장 8분만에 환율이 하루변동폭 상한까지 폭등, 「팔자」가 사라지면서 일반고객거래를 제외한 은행간 거래가 완전히 중단돼 은행간 거래를 전담하는 4명의 딜러들은 「할 일」이 없어졌다. 반면 일반고객들의 거래를 담당하는 딜러 6명은 각 지점에서 올라오는 매도주문에 대해 일일이 승인을 하느라 전화기에서 손을 놓지 못했다. 『나중에 한국은행으로부터 달러를 되돌려 받으려면 실수요증명을 위해 반드시 여권 항공권 사본을 받고 달러를 팔아야 한다니까요』 거듭된 질문에 짜증이 섞여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11시가 조금 넘자 거래상황을 알려주는 「로이터 뉴스2000」모니터에 두시간만에 「OFFER(팔자)」주문이 떴다. 환율폭등을 막기 위한 당국의 필사적인 개입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이때부터 다시 원·달러 거래가 재개됐고 순식간에 환율은 950원대로 떨어졌다. 환율이 이처럼 요동칠때일수록 딜러의 능력은 명확히 검증된다. 정부의 개입은 어느정도까지 이뤄질 것인지, 매도물량은 얼마나 나올 것인지 「감」을 잘잡아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 하지만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간단한 원칙을 항상 고집할 수만도 없는 데 딜러들의 고민이 있다. 요즘같은때는 환율급등락을 막기 위해 수시로 걸려오는 「외환당국」의 전화도 염두에 두면서 손해를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점심도 교대로 먹어가며 전화통에 매달려 있다보면 어떻게 시간이 지나는지 모르는 중에 원·달러 거래가 끝나는 4시30분. 목은 따갑고 몸은 파김치가 되지만 결산에 뒤따르는 냉정한 평가를 피할수는 없다. 시중 은행들의 딜링룸을 통해 거래되는 외환규모는 하루에도 20억달러(약 1조9,000억원). 딜러 한명이 다루는 금액이 1억달러를 넘기도 한다. 한순간의 판단착오가 엄청난 손해를 불러온다. 뉴욕시장의 타국환 거래를 위해 12시까지 남아있어야 하는 동료들을 뒤로하고 퇴근하는 딜러들의 요즘 발걸음은 한없이 무겁기만 하다.<김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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