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미·중 정상회담과 한반도/“한반도문제 미·중 협력 긴요”(대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미·중 정상회담과 한반도/“한반도문제 미·중 협력 긴요”(대담)

입력
1997.10.31 00:00
0 0

◎해리 하딩 조지워싱턴대 학장/안인해 고대국제대학원 교수/중국은 북 개방 원하나 붕괴 원치않아/아 힘균형위해 주한미군 주둔은 바람직한국일보는 역사적인 미·중 정상회담을 맞아 30일 미국의 저명한 중국문제 전문가인 해리 하딩(52) 조지워싱턴대 엘리어트 국제관계대학 학장과 안인해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중국담당)와의 긴급대담을 마련했다. 대학간 교류협의차 방한중인 하딩 교수는 대담에서 이번 정상회담과 한반도문제에 관한 미중협의의 의미 등에 대한 자신의 시각을 소상히 밝혔다. 다음은 하딩 교수와 안교수의 대담내용.<편집자 주>

▲안교수=70년대 이후 20여년에 이르는 미·중관계의 역사적 배경을 감안할 때 이번 장쩌민(강택민)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와 양국 정상회담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하딩 교수=강주석의 이번 방미는 89년 천안문사태 이후 소원해진 양국관계를 재정립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국빈방문이 이루어진데다, 공식 정상회담이 열림으로써 그동안 단절됐던 양국간 공식대화가 재개됐다고 볼 수 있다. 72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 마오쩌둥(모택동) 주석간의 회담이 당시 소련을 봉쇄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중국과 데탕트를 시작한 것이라면, 이번 방문은 89년 이래 냉각기를 청산하고 21세기 협력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기초를 다지는 것이다.

▲안교수=미·중관계는 현재 협력요인과 갈등요인이 공존하고 있다고 본다. 이번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볼 때, 장기적으로 향후 양국관계는 어떤 방향으로 발전하리라고 보는가.

▲하딩 교수=현시점에서 협력과 갈등의 가능성중 하나를 예단하기는 쉽지않다. 중국의 국력이 급신장하고 있지만 단기간 내에 두 강대국간 세력균형이 이루어지기는 쉽지 않은 상황에서 갈등이 점차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 이같은 갈등에는 양국간 역사·문화적 가치 배경이 다르다는 점도 작용할 것으로 본다. 협력 요인으로는 우선 최근 양국간 경제적 상호의존성이 심화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 양국 모두 대립에 따른 비용부담을 피하려한다는 점과 양국간 문화적·규범적 이질성을 좁히고 협력해야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점 등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안교수=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역조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가입 △중국 인권 △중국 민주화 △핵 및 미사일 비확산 등을 거론했다. 미국의 입장에서 어떤 사안에 가장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가.

▲하딩 교수=미국은 정상회담 전에 이미 비확산에 대한 중국의 협조를 전제로 미국 핵기술의 중국 이전을 약속했다. 그런만큼 미국은 중국의 핵 및 미사일 비확산문제에 가장 관심을 갖고 가시적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와함께 미국은 중국 인권문제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는 한편, WTO가입 지지를 전제로 중국에 보다 많은 무역장벽 제거를 요청했다.

▲안교수=중국은 WTO 가입과 관련해 이미 유럽과 일본 등의 지지를 확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 중국이 미국의 지지를 얻기 위해 미국만이 요청하고 있는 조건을 추가로 충족하려할 것으로 보는가.

▲하딩 교수=미국의 요구수준이 무리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중국의 대응여하에 따라 미국은 세가지 대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본다. 첫째 미국이 현재 입장을 고수하는 것, 둘째 조건을 완화해주는 것, 셋째 가입 시점을 늘려잡는 방안 등이다.

▲안교수=인권문제에 있어서 교수께서는 일찍이 미국의 대중국정책을 인권문제와 연계하는 것은 실익에 도움이 안된다고 지적하고 경제실익추구에 중점을 두어야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직도 미국 인권단체의 목소리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으며, 중국은 나름대로의 가치를 미국이 침해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 문제에 대한 견해는.

▲하딩 교수=인권문제에 대한 접근방법은 첫째 공식적으로 언급하는 것, 둘째 국제기구를 통한 것, 셋째 법률적 규범에 따라 중국과 협조하는 것, 넷째, 비공식 채널을 이용하는 방식 등이 있다. 인권문제에 대한 각국의 인식과 해석이 틀릴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한다고 본다. 양측간 보편성이 받아들여지는 선에서 절충되야한다고 본다.

▲안교수=96년 미일신안보선언과 97년 미·일방위협력지침 개정 등을 고려할 때 동북아 국제질서는 미국·일본 대 중국의 체제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많고, 중국은 이를 우려하는 입장이다. 중국의 이같은 시각은 타당성이 있다고 보는가, 아니면 기우인가.

▲하딩 교수=신안보선언이나 방위지침은 당초 중국을 특정해 겨냥한 것이 아니다. 미국의 세계전략 속에서 기안된 것이며, 일본의 재정적 역할을 증가시키는데 목적이 있다. 중국의 우려와 관련해 미·중·일간 3자 협의를 발전시킴으로써 국제적 안목에서 동북아의 안정과 안보를 위한 협조체제를 구축해야한다고 본다.

▲안교수=북한은 김정일 총비서 취임 이후 기존의 북미관계 정상화추진을 더욱 가속화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는데 관련 전망은.

▲하딩 교수=그건 전적으로 북한에 달려있다. 현재 북한이 4자회담 등 개방과 긴장완화문제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고 본다. 북미관계 진전을 위해서는 북한이 개혁을 실시하고, 긴장완화를 위한 실질적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본다.

▲안교수=북한의 개혁개방과 관련해 중국의 역할에 대해 기대가 크지만, 지금까지는 별로 성공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의 변화를 위한 중국의 역할을 어떻게 보아야하는가.

▲하딩 교수=중국의 역할이 성공적이지 않았던 것은 양국관계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대한 중국의 실질적 레버리지(외교적 지렛대)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 중국은 북한의 개방을 추진하면서도 북한의 붕괴는 원치 않고 있다. 중국의 이같은 이중성이 북한에 대한 중국의 역할을 축소시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안교수=4자회담 등 한반도 평화정착과정의 진전에서 필연적으로 마주칠 수 밖에 없는 문제가 미군의 한반도 주둔 등 남북한과 미·중간의 동맹체제이다. 이에대한 절충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보는가.

▲하딩 교수=이 문제에 대해 미·중이 당장 어떤 궁극적 입장을 정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하지만 4자회담 등 평화정착과정에서 이 문제는 지속적으로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볼 때 한반도 문제해결을 위해서도 미국과 중국의 협력관계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정상회담은 하나의 청신호로 볼 수 있다. 향후 미·중관계에서 갈등요인이 불거진다면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확보를 위해 양국의 양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주변국의 입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한국민 스스로의 주도적 노력이 선행돼야한다고 본다. 한반도 미군 주둔 문제는 이 지역 안보가 아직 불안하고 급격한 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당분간 계속 주둔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안교수=동북아 안보의 조정자로서 한국의 외교적 역할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같은 기대와 통일 환경 조성을 위해 한국정부에 제안하고 싶은 정책은.

▲하딩 교수=우선 주변국에 통일한국이 위협이 되지않는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이 전방위외교를 전개할 경우 동북아 안보의 조정자로서 한국의 역할은 점진적으로 증대할 것으로 본다.<정리=장인철 기자>

□해리 하딩 교수 약력

▲46년 미 보스턴 출생 ▲프린스턴대 공공·국제문제 전공 ▲스탠퍼드대 정치학 석사·박사 ▲71∼83년 스탠퍼드대 교수 ▲83∼94년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95년∼현재 조지워싱턴대 교수 ▲세계경제포럼 위원 ▲저서 「깨지기 쉬운 관계:72년이후 미국과 중국(A Fragile Relationship:The United States and China Since 1972)」 「중국의 제2혁명:마오쩌둥 이후의 개혁(The Second Revolution:The Reform After Mao)」 등

□안인해 교수 약력>

▲57년생 ▲80년 이화여대 영문과 졸업 ▲미 조지워싱턴대 엘리어트 국제관계학 석사 ▲논문 「78년 이후 중·일 경제협력관련 중국지도부 정책연구」로 박사학위 ▲91∼97년 민족통일연구원 책임연구원 ▲97년∼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중국담당)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