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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의 한반도 「협력」시대(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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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의 한반도 「협력」시대(사설)

입력
1997.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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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쩌민(강택민) 중국주석은 29일 백악관에서 클린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이란 등 제3국에 대한 핵 및 미사일수출 중단과 북한의 4자회담참여를 촉구하는 등의 현안에 동의함으로써 1주일간으로 예정된 방미스케줄의 정점을 장식했다.미국은 중국에 대해 「하나의 중국」정책을 원칙적으로 지지함으로써 중국이 가장 껄끄럽게 여기던 대만문제에 대한 미국개입의 불안을 불식시켰다. 국제문제라기 보다는 감정문제에 더 가까운 중국인권문제와 티베트해방에 대해서는 양측이 아무런 타협점을 찾지 못했으나 대신 서로의 주장을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피력해 각각 국가적 체면을 세우는 수준으로 마무리지었다. 강주석은 이번 방문길에 30억달러어치의 보잉여객기를 구입하는 등 40억달러의 대미구매계약을 체결해 중국이 누리고 있는 연 400억달러의 대미무역흑자 때문에 일어나는 미국업계의 불만을 어느 정도 가라앉혔다. 중국에 대한 최혜국대우를 박탈하라는 업계요구를 누그러뜨린 것이다.

이런 미중합의는 그동안 양국관계가 협력 아닌 감정적 대결구도로까지 치닫고 있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의가 있다. 지난 89년 톈안먼(천안문)사태 이후 미국의 중국에 대한 일반인식은 중국이야말로 소련에 이어 대결해야 할 공산패권국가라는 것이었다. 이런 신 대결양상은 세계인권주의자들의 끊임없는 톈안먼사태 거론, 티베트문제 부상, 대만문제, 중국의 이란·파키스탄 등에 대한 핵 및 미사일수출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골이 깊어져 갔던 것이다. 중국이 그동안 한반도 4자회담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나서지 않은 것도 이런 대결구도의 양상으로 이해됐다.

강주석은 이번 방미기간에 중국은 대결의 상대가 아니라 협력의 상대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첫기착지 하와이에서는 미중관계를 『과거 파시스트(일본을 지칭)와 맞서 싸운 동맹국』임을 강조하는가 하면 미국민주주의 발상지라고 할 수 있는 윌리엄스버그, 필라델피아, 보스턴 등을 방문지로 택하면서 영어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등 중국지도자의 유연성을 보였었다.

이번 미중정상회담이 89년의 톈안먼사태 이후 비인권 공산국으로만 부각된 미국인들의 「위험한 중국」관을 상당수준 희석시킨 것은 국제관계에서 볼 때 매우 바람직한 것이다. 특히 한반도문제에 대해 미중양국은 명문으로 북한의 4자회담참여를 촉구했으며 중국이 제3자에 대한 핵 및 미사일수출을 중단하는데 합의한 것은 한반도 뿐 아니라 이 지역 평화증진을 위해서도 중대한 진전을 이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미중양국이 합의한 한반도평화구축 합의가 이른 시일내에 구체화되고 현실화되어 다급한 북한식량문제부터 해결되는 실마리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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