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투자 유인시스템 없인 금융홍역 못막아거대한 자금은 유망시장을 향해 국경의 제한없이 넘나들고 거래속도도 초단위로 빨라진다. 또 정보의 흐름도 빨라져 각국의 시장상황이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에 실시간으로 제공된다. 앨빈 토플러가 예견했던 미래사회이다. 동남아 외환시장 위기에서 촉발된 최근의 세계증시 대폭락사태도 이같은 「미래 자금시장」의 전조라는 분석이다.
세계자금은 「기대수익과 위험」의 두가지 기준으로 동남아 시장에 뛰어들었고 투자매력을 잃은 동남아 시장을 빠져나갔다. 이어 단기자금(핫머니)은 대만이 17일 평가절하를 단행하자 경쟁관계에 있는 홍콩시장에 뛰어들었다. 핫머니는 고평가돼 있던 홍콩달러를 집단투매, 환율·주식의 동반폭락을 가져왔고 전세계증시가 순식간에 대거 폭락했다.
이같은 패닉현상이 계속되자 동남아 각국은 앞다투어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태국은 재정지출삭감, 부가가치세 인상등을 통해 내년도 경상수지적자를 국내총생산(GDP)대비 3%내로 삭감하고 부실채권을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긴급지원을 요청하고 증권시장에 외국인 주식보유규제를 완화했다. 말레이시아 당국도 98년도 긴축재정방침을 발표하고 댐 공항 등 대형사업을 동결했다. 그러나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때문에 동남아의 경우, 경제구조개편만이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 등에 비해 열세에 놓인 저가위주의 노동집약적 산업을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개편, 경쟁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심각한 구조조정을 겪고 있는 동남아국가들이 환율폭락→설비투자비 증가→경상수지적자의 악순환에 빠져있어 비관적인 상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이 29일『동남아에서 촉발된 통화 및 증시위기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경제가 상당기간 평균이상의 성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듯이 동남아 경제가 완전히 붕괴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물론 그린스펀 의장이 『미국이 안정확보를 위해 아시아 지도자들은 물론 국제금융기구들과도 긴밀히 협력할 필요가 있다』면서 위기감을 나타낸 것도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결국 이번의 전세계적인 주가폭락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국경없는 자금흐름에 대한 전세계적인 방어시스템을 마련해야한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국제금융장벽철폐 옹호론자인 세계은행(IBRD)의 조지프 스티글리츠 박사는 단기자금의 투기를 막고 장기 투자를 권장하는 시스템 개발만이 전세계적인 「금융홍역」을 막는 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윤태형 기자>윤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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