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순매도 1,349억 개방이후 최대/대형우량주 집중투매 폭락 결정타「외국인을 붙잡아라」
외국인 주식투자자들의 「집단탈출」이 우려의 차원을 넘어 현실로 다가오면서 증시붕괴에 대한 공포감이 다시 증권가를 뒤덮고 있다. 정부의 잇딴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의 주식 순매도액이 연일 급증, 최근 2개월동안의 순매도액이 1조원을 넘을 만큼 무차별적인 투매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주식 시가총액 기준) 정도. 그 비중도 무시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외국인 이라는 특수성이 갖는 파괴력도 엄청나 이들이 투매를 멈추지 않을 경우 증시가 회복 불가능한 상황을 맞고 금융시장 전반과 대외신인도에도 치명타를 안길 우려가 높아가고 있다.
30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이날 222억원 어치의 주식을 사고 1,571억원어치를 팔아 무려 1,349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92년 국내증시가 개방된 이후 사상 최대규모의 외국인 순매도액이다.
이날 순매도액이 1,000억원을 넘어섬에 따라 최근 5일동안의 외국인 순매도액은 무려 3,126억원, 9월부터 30일까지 2개월동안은 1조1,862억원에 달했다.
외국인들은 특히 한전, 현대건설을 비롯한 대형우량주들을 집중적으로 팔아 주가폭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21.56포인트가 폭락, 500선이 다시 붕괴됐다. 외국인들의 순매도규모로 볼때 이날 주가하락폭은 「예상보다 적은 편」이다.
기관투자가들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매도우위를 유지하고 개인투자자들도 「싼값에 사자」는 분위기에 편승해 하한가 매수에 나서면서 외국인들의 팔자물량을 소화해내 증시가 붕괴되는 상황은 막아내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투매가 계속될 경우 기관과 개인들의 「투매 방어」도 곧 한계에 달하게 되고, 이 경우 주식거래 자체가 마비돼 파국을 맞을 수 밖에 없다. 이같은 파국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외국인들의 투매는 복합적인 요인에서 비롯되고 있고, 그 요인들은 단시일내에 해결할 수 있는 처방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은 우선 미국을 비롯한 자국 증시폭락에 따른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전망이 좋은 남미 등으로 투자자금을 옮기고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뿐만 아니라 미달러 대비 원화가치 폭락으로 주식투자에 대한 매력을 상실하고 있고, 국내경기 전망도 불투명하고 판단해 한국증시에서 손을 떼고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어느것 하나 쉽게 손대기 어려운 사안들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아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는 데도 외국인이 투매를 멈추지 않는 것은 국내 증시의 기초체질에 의문을 품고 있다는 점을 반증한다』면서 『환율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강력한 부양책을 통해 증시를 안정시키고 외국인을 붙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김동영 기자>김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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