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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산/만추계곡 하늘가린 단풍숲(김순경의 지금 가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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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산/만추계곡 하늘가린 단풍숲(김순경의 지금 가면 좋다)

입력
1997.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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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뿌린 비가 계절을 한 주일쯤 앞당겨 놓았다. 설악산과 오대산 등 강원도 산간에는 눈발이 날려 불타던 연봉이 한순간에 갈색으로 변해 성큼 다가선 겨울산의 모습이다.단풍이 한참 만개하고 있던 서울 근교 명소도 낙엽이 져 이번 주가 가을의 끝이 될 것 같다. 관목이 일품인 광릉과 수목원, 노송과 갈참나무숲이 일색인 동구릉, 황금잔디가 눈부신 여주 영릉, 그리고 등산로를 겸한 과천 청계산과 청계사, 남한산성과 용문산 등도 마찬가지다.

경기 제일의 명산으로 꼽히는 용문산은 산 아래까지 번진 은행나무와 밤나무 단풍은 잎이 진 상태이고 산 아래 보다 1주일쯤 늦다는 늙은 은행나무도 샛노랗게 물든 잎새가 떨어져 주위를 곱게 물들이고 있다.

예년같으면 이때쯤 나무 전체가 노랗게 물들면서 11월 첫주까지 이어졌을 단풍이 서둘러 잎을 거두고 있다. 하지만 일주문에서 절로 오르는 길을 덮고 있는 낙엽을 밟으며 걷는 맛은 깊어가는 가을 정취를 한결 더 짙게 해주고 있다.

계절을 마감하며 근교의 단풍나들이길로 용문산을 꼽는데는 몇가지 이유가 더 있다. 우선 용문산으로 들어서는 관문인 관광단지 주차광장에서 산을 한번 올려다보며 느끼는 신선감은 어디에도 비할 바가 아니다. 해발 1,000m가 넘는 가파른 산세와 기암으로 이어지는 늠름한 능선이 파란 가을하늘과 맞물려 심신을 말끔하게 씻어준다.

산 아래로는 짙은 갈색으로 물든 관목숲과 계곡을 드리우고 있어 큰 산의 넉넉함마저 새롭다. 더욱이 일주문을 들어서면서부터 이어지는 용문사의 주계곡은 하늘을 가릴 정도로 무성한 숲이 색색으로 물들어 화사함의 극치를 이룬다. 계곡으로 불어 내려오는 서늘한 산바람에 배어나는 갈내음까지 더해 가히 늦가을 나들이의 백미다.

절이 바라보이는 지점에 이르러서야 하늘이 열리고 제일 먼저 시선을 잡아당기는 것이 동양 최고 최대를 자랑하는 천연기념물 30호 고목 은행나무다. 신라의 마지막 왕자 마이태자가 금강산으로 가는 길에 심었다는 슬프고 아름다운 전설을 지닌 이 거목은 지금도 해마다 20∼30 가마의 은행을 산아래 마을 사람에게 나누어 준다. 높이가 70여m, 둘레가 10m에 수령이 무려 1,000년을 헤아린다. 온통 노란 잎으로 장식된 모습은 가을의 상징이다.

넓은 절마당에 가득 들어선 절집들은 산사의 기품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마당 한쪽으로 철철 넘쳐 흐르는 맑은 샘과 요사채의 편안한 툇마루가 20여분을 오르며 가빠진 숨을 시원하게 가라앉혀 준다.

◎가는 길/주말엔 양평교·이포대교로 우회

용문산가는 길은 팔당대교를 기점으로 양수교와 양평, 용문을 거치는 것이 정석이다. 팔당대교―양수교간 체증이 상오 9시를 전후해 시작되므로 그전에 이곳을 통과하지 못할 경우 우회하는 것이 좋다. 아침 일찍 서둘러 이곳을 통과하고 돌아올 때 광주와 곤지암 등지로 우회하면 보다 효과적이다. 우회하는 길은 중부고속도로 광주IC에서 퇴촌으로 들어가 남한강변을 따라 양평교를 건너 용문으로 오르는 길과 곤지암에서 양평교로 빠지는 길이 있다. 또 곤지암에서 이포대교로 빠져 지평에서 용문사 입구로 나가는 길은 더욱 한적하다. 우회도로를 고루 이용하면 팔당호반을 지나 추수가 끝난 경기내륙의 평화로운 들녘을 감상하는 알찬 나들이를 엮을 수 있어 좋다.

◎먹을거리/인근산에서 가을걷이한 푸짐한 산채백반 별미

용문사 먹거리는 우선 주차장 가장자리로 이어지는 간이 농산물시장부터 살펴보고 정하는 것이 좋다. 용문산은 주변에 유명산과 중미산 등 큰 산이 어우러져 산채와 질좋은 농작물이 다양하게 난다. 단지 내 제일 윗쪽에 자리 잡은 용문식당(0338―73―3434)의 산채된장백반은 모두가 주변에서 난 것이다. 상차림이 깔끔하고 10여 가지의 찬과 진한 된장찌게도 맛깔스럽다. 감자전과 도토리묵 더덕구이 등도 제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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