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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가죽위에 펼치는 미학/김혜숙전­진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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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가죽위에 펼치는 미학/김혜숙전­진화랑

입력
1997.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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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의 중첩통해 ‘생명’ 표현돼지는 죽어 꽃으로 태어난다. 꽃잎처럼 펼쳐진 돼지가죽에 그림을 그려넣는 독특한 회화작업을 하는 김혜숙씨의 개인전이 28일 개막, 11월7일까지 진화랑(02―738―7570)에서 열리고 있다.

김씨의 꽃그림은 100평 혹은 그 이상의 넓은 돼지가죽에 그려진다. 돼지가죽은 27㎠를 1평으로 친다. 그래서 작은 돼지 한 마리의 가죽도 평수로는 100평이 넘어간다. 돼지는 죽어서 가장 후한 대접을 받게 되는 셈이다. 벗긴 그대로 이용하기 때문에 가장자리는 반듯하지 않고 튀어나온 곳, 들어간 곳, 제 각각이다. 여기에 유화를 이용해 그림을 그린다. 그러면 마치 묵이 번진 한지처럼 돼지가죽에 유화가 번져가고 그 번짐은 마른 가죽에 생명을 준다. 「죽임」의 과정을 통해 물질로 변한 가죽과 흔히 「생명의 상징」으로 불리는 꽃이라는 상충된 재질과 소재는 결국 생명력이라는 주제어로 수렴된다.

평론가 오광수씨는 『가죽으로 만들어진 꽃이 아니라 가죽 자체로서의 꽃』이며 『가죽은 이미지와 이미지를 얹는 바탕이란 종속적 관계를 벗어나 바탕 자체가 회화의 주요 인자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색감이 다소 지나쳐 가죽이 회화의 배경으로 그치는 점이 아쉽지만 소재를 대하는 새로운 태도가 주목된다.<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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