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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취약경제’가 불씨(세계증시 대폭락­진단과 전망: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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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취약경제’가 불씨(세계증시 대폭락­진단과 전망:2)

입력
1997.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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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둔화·적자 눈덩이 외국투자가 속속 철수/주가 반등불구 불안 여전27일 뉴욕증시의 사상 최대 폭락에 이은 세계증시의 도미노현상은 28, 29일 일단 진정국면에 접어들었다. 뉴욕증시의 거래중단 사태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의 기초는 탄탄하다』며 자신감을 보인 빌 클린턴 미행정부의 판단이 적중한 셈이다. 유럽 남미 등의 분위기도 극단적인 위기감과는 거리가 있다.

문제는 이번 사태의 「진원지」인 동남아시아. 이 지역 증시도 뉴욕의 급반등에 힘입어 29일 회복세를 보였지만 불안감은 전혀 가시지 않고 있다. 동남아 증시의 위기는 몇달째 이 지역을 휩쓸고 있는 외환 위기의 필연적인 결과이고, 외환 위기는 경제사정 악화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기대에 부풀어 동남아로 몰려들었던 투자자들은 이제 서둘러 발을 빼고 있다. 심지어 미국의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는 고객들에게 『절손매를 감수하더라도 당장 아시아 투자자금을 전부 회수하라』고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아시아의 경제기적(Miracle)」이 이제는 한낱 「신기루(Mirage)」로 비쳐지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7월 2일 변동환율제 도입으로 자국통화의 폭락과 동남아 통화위기를 부른 태국의 경우, 국제환투기꾼의 집요한 공격에 피해를 보았지만 더 중요한 문제는 경제의 취약한 구조때문에 앞으로 계속 고통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즉 경제가 건실하고 금융시장이 안정돼 있다면 환투기꾼들의 공격을 받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같은 문제를 안고 있던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가 태국에 이어 「제물」이 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들 국가의 가장 큰 문제는 우선 수출둔화에 따른 경제사정 악화를 들 수 있다. 90년대 들어 두자릿수의 성장률을 보이던 수출이 엔화 약세와 중국의 추격으로 급속히 떨어지면서 성장률이 둔화하고 경상수지도 악화했다. 태국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대비 8%를 넘는 적자를 기록했는데 이는 94년 외환위기 당시 멕시코(7.8%)보다도 규모가 큰 것이다.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누적도 문제였다. 동남아 각국 은행들은 저리의 외국자본을 들여다 단기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골프장 콘도미니엄 등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주로 대출을 해줬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부동산의 거품이 빠지면서 부실채권이 양산됐다.

태국은 현재 부실채권 규모가 무려 1조바트(315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에 경제사정을 반영하지 못하는 환율제도나 외환 위기 이후 각국 정부의 부적절한 대응 등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됐다.

물론 동남아의 외환위기는 94년 멕시코와 같은 사태로까지는 발전하지 않을 전망이다. 각국이 적극적인 자구대책을 마련하고 있고, 「동남아 독감」에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전세계가 몸살을 앓는 상황에서 선진국들도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부의 작은 충격에도 쉽게 무너지는 취약한 경제구조만은 이번 기회에 확실히 개혁돼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이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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