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자동차 등 수출업종 가격경쟁력 다소 숨통/원자재 수입의존 높은 반도체·철강 채산성 악화원―달러 환율이 연일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업계에 환차손 비상이 걸렸다. 환율 상승은 원자재 수입비용을 늘릴 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외채상환 부담도 크게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자재의 전량 또는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기업들은 원가상승 압박을 견디다 못해 제품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고, 내년 사업계획을 짜고 있는 대그룹들은 투자규모 수출목표 등을 확정짓지 못한채 갈팡질팡하고 있다.
수출을 위주로 한 일부 업종은 환율상승을 가격경쟁력 회복의 호기로 받아들이고 있으나 태국 등 우리나라와 경쟁관계에 있는 동남아 주요국의 통화가치가 동반 폭락, 원저에 따른 이득을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은 원―달러 환율이 작년말이후 99원 가까이 올라 기업들의 총 외채규모(지난 3월말 현재 410억달러)를 감안할 때 올들어서만 환차손 규모가 4조500억원가량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업종별로는 조선 자동차 등 달러화 수출이 많은 기업은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반도체 전자 종합상사 해운업종 등은 수지가 대폭 악화하고 있다. 특히 순외화부채가 146억달러에 달하는 삼성 현대 LG 등 반도체 3사와 원재료 수입액이 매출의 9.5%에 달하는 시멘트업계는 환율급등으로 상당한 손실을 입고 있다.
철강의 경우 전기로업체들은 생산제품의 90% 이상을 내수판매에 의존하는 반면 원자재인 고철은 수요량의 절반 이상을 미국 등에서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막대한 환차손을 입고 있다.
정보통신 분야의 경우 매출액의 일정부분을 로열티로 지급하고 있는데다 핵심부품의 수입의존도가 높아 환율급등이 무척 곤혹스럽다는 표정이다.
반면 조선업계는 환율폭등으로 일본과의 경쟁력이 강화될 뿐 아니라 원화로 표시되는 선가마저 올라 채산성이 향상되는 효과를 얻고 있다.
업체별로는 5∼8년 이상이 소요되는 발전소 건설을 위해 장기외환차입을 이용하고 있는 한전의 경우 상반기중에만 외환차입액이 85억달러에 달하고 있어 막대한 환차손을 입게됐다. 최근 2∼3일간 입은 환차손만 해도 1,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간 40억달러 규모의 수입대금을 결제하고 있는 유공은 최근 달러를 사들이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외화부채가 45억달러가 넘는 대한항공은 달러값의 급등에 대비, 외화차입구조를 달러 대신 엔으로 바꾸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도 그동안 일본에서 달러화로 구입하던 물품을 엔화로 바꾸고 기존의 달러표시 채무를 마르크 등 다른 통화로 바꾸고 있다.
동원경제연구소 전우종 과장은 『우리경제를 이끌어가는 중화학업체들이 대부분 대규모 외화부채를 지고 있어 환율상승이 부담으로 작용하는데다 동남아 각국의 구매력이 약화돼 수출증대효과는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남대희 기자>남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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