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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당 서정주 15번째 시집 ‘80소년 떠돌이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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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당 서정주 15번째 시집 ‘80소년 떠돌이의 시’

입력
1997.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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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 시인이 노래하는 생명과 영원에의 회귀/유년의 추억·현재의 일상·창작민담 등 담아미당 서정주(82) 시인의 15번째 시집 「80 소년 떠돌이의 시」(시와시학사 발행)가 나왔다. 1936년 등단, 시력 60년을 넘기고 자연 연령도 이미 팔순을 넘긴 노시인의 최근 시편을 묶은 이번 시집에는 93년 출간된 「늙은 떠돌이의 시」이후 올해까지 쓴 44편이 수록돼 있다.

『시라는 것 이것은 말하자면 절입태산인 것으로, 오래 쓸수록 깊은 산골 속의 애로들만 더 첩첩히 많이 겪어야 하는 것』이라는 미당은 『미련하게 늙은 숫소 한 마리가 어느 마당가에서 그 먹은 풀들을 거듭거듭 되뱉어내 되새김질하고 있는 꼬락서니만 같이 느껴질뿐인 것』이라고 이번 시집을 내는 심경을 말하고 있다.

살아 있는 한국시사로 불리는 노대가, 미당은 이번 시집에서도 생명과 영원에의 회귀를 노래한다. 「가을 논에서/ 노랗게 여문 볏모개들이/ “좀 무겁다”고 머릴 숙이면,// “좋지 뭘 그렇세요?” 하고/ 메뚜기들은 툭 툭/ 튕기며 날고,// 그 메뚜기들의 튀어나는 힘의 등쌀에/ 논 고랑의 붕어새끼들은/ 헤엄쳐 다니고,// 그게 저게 좋아서/ 논바닥의 참게들이/ 고욤나무 밑 논둑길까지/ 엉금 엉금 기어나가면,//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가 좋다!”고/ 농군아저씨들은 어느사인지/ 열두발 상무를 단 패랭이를 쓰고서/ 그 기인 열두발의 상무를/ 마구잡이로 하늘에다 내젓고 있었네」(「논 가의 하늘」전문). 시인은 익은 벼와 메뚜기, 붕어새끼, 참게가 패랭이 쓴 농군의 모습과 어울리는 우리농촌 풍경을 통해 생명력 넘치는 자연의 본모습을 희구하며 또 드러내보인다.

미당은 44편의 시를 통해 유년시절의 추억담, 현재의 일상, 여행담, 창작민담과 인물담 등을 한층 여유로운 이야기체로 들려주고 있다. 오세영 서울대교수는 『최근 시들에서 미당은 이성적 논리적 사유, 인위적이며 기계화한 삶의 영역을 초탈한 어떤 영원하고도 본질적인 절대자유의 세계에 도달하기를 꿈꾼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시를 적절하게 타락―혹은 세속화해 독자들에게 정서적 해방감과 깨달음을 주면서도 미학적 긴장을 지킨다는 것은 미당과 같이 인생과 문학에 달관한 사람이 아니라면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하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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