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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9단과 경제 9단/배정근 경제부 차장(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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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9단과 경제 9단/배정근 경제부 차장(앞과 뒤)

입력
1997.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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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만든 여당의 대선후보로부터 탈당을 요구받은 김영삼 대통령,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금융공황을 방치한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는 강경식 부총리. 자세히 보면 두사람은 현재 처한 형편만큼이나 닮은 점이 많다.YS가 이미 20대 중반에 의정생활을 시작한 화려한 이력의 「정치 9단」이라면, 강부총리는 경제기획원 엘리트관료로 출발해 재무부 차·장관과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경제 9단」이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지금의 자리를 맡았을 때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받았다. 기대도 컸다.

이에 부응하듯이 그들은 나란히 개혁의 기치를 높이 내걸었다. 「부패청산과 역사 바로세우기」가 YS의 개혁구호였다면 강부총리의 개혁화두는 「시장경제」라는 점이 달랐을 뿐이다. 올바른 현실인식에서 나온 바람직한 방향설정이었다.

그러나 출발점은 달라도 같은 종착역에 이르러 있는 두 「고수」의 개혁은 참담한 실패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환호와 갈채는 환멸과 냉소로 바뀌어 버린지 오래다.

그들은 같은 실수를 했다. YS가 개혁을 제도화하지 못하고 대중적 인기를 얻거나 정적을 제거하는데 남용했듯이, 강부총리는 관치경제가 시장경제로 전환하는 물길(시스템)을 만드는 노력은 하지 않은채 경제기반이 무너지는 것을 빤히 보면서도 「정부 불개입」만을 외쳤다. 연쇄부도와 금융위기속에서도 지방을 돌며 자신의 경제정책을 홍보했던 강부총리의 강심장은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YS의 몰락 원인이 상당부분 92년 대선자금이라는 원죄를 제대로 씻어내지 않으려 한데 있듯이 강부총리는 특정기업의 자동차 진출을 지원한 결함으로 인해 기아사태를 해결할 적임자가 못됐다. 경제팀이 머리를 짜내 안정대책을 내놓아도 금융시장의 요동은 더 심해질정도로 정부신용이 부도가 났는데도 청와대가 빗발치는 경제팀 퇴진론에 미동도 하지 않는 것은 혹시 「동병상련」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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