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외환창구 문의전화 쇄도/해외관광객·무역업체들 곤욕원화의 대달러환율 폭등으로 29일 서울과 일부 도시에서 환투기 양상이 빚어지고 일부 은행은 달러 매도를 중단하는 등 「달러 패닉」이 발생했다. 환투기 조짐을 보이자 한국은행은 외국환은행에 대해 1만달러 이상의 외화매입자에게는 당일 사용한다는 실수요자 증명을 받도록 긴급 지시했다.
이에 따라 이날 달러가 급히 필요한 무역업체와 해외출장자, 해외관광객, 해외가족에게 송금할 시민들이 달러를 교환하느라 은행을 전전하는 곤욕을 치렀다.
이날 환율은 기준환율인 9백42원80전보다 20원이상 높은 9백64원까지 올라 외환시장 개장 32분만에 사실상 당일분 거래를 종료했다. 「팔자」 주문은 없고 「사자」 주문만 몰리는 상황이 지속되자 D, B은행 등 일부 시중은행과 외국은행 등은 달러매도를 중지했다.
무역업을 하는 김모(34·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씨는 30일 미국출장을 가기 위해 이날 D은행 동교동지점에서 2천달러를 바꾸려 했으나 『거래가 안되고 있다』는 담당자의 설명을 듣고 발길을 돌렸다. 김씨는 『시중은행 4∼5개지점을 전전하다 제일은행 명동지점에서 겨우 환전했다』고 말했다.
이날 상오 전 지점에 달러거래 중지를 지시한 B은행의 한 관계자는 『한국은행에서 달러매도를 중지시킨 것으로 알고있다』며 『내일 다시 오거나 규모가 큰 시중은행에 알아보라』고 안내했다. 외국계 은행에 근무하는 박모(36)씨는 급한 해외출장을 위해 은행측에 환전이 가능한지를 문의했으나 『직원이라도 환전이 불가능하다』는 대답을 듣고 출장을 연기했다.
이날 각 은행에는 급히 달러를 조달하려는 기업체와 자녀유학비를 송금하려는 학부모, 해외여행객들의 문의전화가 쇄도했다. 수입결제대금을 조달해야 하는 기업들은 『환율은 불문하고 달러만 구해달라』고 통사정했다. 또 환율이 더 오르기 전에 자녀유학비를 송금하려는 부모들로 각 은행 외환창구는 북새통을 이뤘다. 문의전화 가운데는 『달러를 사두는 것이 주식투자나 일반예금보다 더 이익이 있느냐』는 내용도 많았다.
한편 한국은행은 「달러 기근」이 심화하자 이날 여권외에 항공권 소지여부까지 확인한 뒤 달러를 매도하라고 시중은행에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져 외환창구의 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외국계은행 관계자는 『요즘 달러환율이 하루 10원 이상씩 폭등, 수수료가 환율인상폭에 못미치는데다 달러매입 희망자도 급증, 은행들이 달러를 풀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이성철·이진동·김정곤 기자>이성철·이진동·김정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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