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언어로 해석하는 우리미술외국인이 한국의 현대미술에서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쉽지 않은 질문이다.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최만린)이 미국 필라델피아 현대미술관(ICA)과 코네티컷주 하트퍼드에 위치한 조셀로프 갤러리와 공동 주최하는 97한국현대미술 해외전은 세계언어로 우리 미술을 해석하는 자리다.
필라델피아 ICA 미술관에서 11월8일부터 98년 1월4일까지 열릴 「인사이드 아웃―한국에서 온 4인」전에 참가하는 작가는 8월 패트릭 머피 관장이 방한, 작업실을 둘러 본 후 직접 결정했다. 참가작가는 김영진 박화영 배병우 임영선. 80년대말 전위적 사진작가 메이플소프의 성기사진을 전시, 소동을 일으킨 이래 지속적으로 사진과 뉴미디어 작업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 미술관의 성격에 맞게 사진을 이용하는 작가들이 주로 선정됐다. 김영진씨는 사진프로젝트를 이용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며 사진작가 배병우씨는 사진을 매개로 삼아 소나무 등 자연에 대한 독창적 해석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임영선씨 역시 전통적 인물조각에 조명을 가했고 박화영씨는 섬세한 내면적 심리세계를 그로테스크한 방법으로 형상화하는 작품을 출품한다.
조셀로프화랑의 「고대의 전통―새로운 형상」전은 11월13일부터 98년 1월20일까지 열리며 권여현 김종학 김호득 김홍주 박기원(이상 회화), 박현기 운석남 최정화(이상 설치), 배병우(사진), 정광호(조각) 등 10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새로운 한국화를 구현하는 김호득 김홍주씨, 「만다라」 시리즈의 설치작업을 하는 박현기씨, 페미니즘의 윤석남씨, 키치의 미학을 역설하는 최정화씨에 이르기까지 한국미술의 정체성(아이덴티티)을 탐구하는 작가들이 폭넓게 선정됐다. 이 화랑의 아카데믹한 전시 경향에 맞추어 거시적인 안목에서 한국작가가 선정됐다는 게 현대미술관의 설명이다. 전시회와 함께 학술토론회 「장벽을 넘어(Breaking the Barrier)」에서는 두 미술관의 큐레이터와 작가, 평론가들이 참석해 한국미술에 대한 토론을 벌인다.
현대미술관은 이 두 전시를 시작으로 내년 4월 베를린 「세계문화의 집」전시와 프랑스 폴란드 등에서 대규모 순회전을 계획하고 있다.<박은주 기자>박은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