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오, 차오(Ciao, Ciao)』시칠리아는 이탈리아 반도의 구둣발에 차일 공 같은 모양으로 지중해에 떠 있다. 그곳 사람들은 아무에게나 웃으며 인사한다. 길을 물으면 목적지까지 안내해 주고 물건을 사려다 말이 안 통하면 옆사람까지 거들어준다. 한없이 친절하다. 수줍음도 많다. 낯선 동양인과 눈이라도 마주치면 멋적어 슬며시 눈길을 돌린다. 처음에는 덩치 큰 남자만 봐도 마피아를 떠올렸지만 그런 의심은 하루를 넘기지 못한다. 이탈리아 여행 중 걱정거리인 소매치기와 좀도둑도 만나기 어렵다.
시칠리아의 풍광은 소박하지만 아름답다. 한번 스치기만해도 오래도록 머리에 남는다. 지중해의 푸른 물이 끊임없이 밀려와 부딪치는 해안의 절벽과 바위는 깎아지른 듯한 날카로움 대신 모든 것을 공유할 수 있는 자비로움을 지녔다. 그 반대편 내륙은 동글동글 나즈막한 구릉이 끝없이 펼쳐진다.
두 가지를 한꺼번에 감상하려면 차를 빌려 돌아다니는 것이 제격이다. 카타니아부터 팔레르모까지 고속도로를 달리면 내륙의 높고 낮은 민둥산과 구릉을 배경삼은 그림같은 풍경이 줄을 잇고 해안을 따라 달리면 아기자기한 마을을 감싸안은 산과 탁트인 해안이 양쪽으로 펼쳐진다. 국도를 타고 엔나를 찾아가는 재미도 크다. 도로를 막아선 양떼와 방목하는 소들, 내륙의 교통 수단인 말떼가 초행길도 결코 지루하게 만들지 않는다. 특히 밤길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낭만적이다. 낮에는 별볼일 없던 민둥산들조차 달빛에 반사되어 검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하얀 빛을 내뿜는다. 마음 같아서는 밤바다를 벗삼아 꼬박 지새우고 싶다.
렌터카는 하루에 10만∼13만리라로 우리 돈 5만원에서 7만원 정도. 연료비는 1리터 당 1,700리라. 우리나라보다 요금이 두세배 비싼 택시보다 훨씬 경제적이고 도로표지가 잘 되어 있어 낯선 곳이라도 찾기가 쉽다. 혹 길을 잃더라도 차를 세우고 지나가는 사람 아무에게나 물으면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이탈리아말로 왼쪽, 오른쪽 정도 알고 있다면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 단 한국인 못지 않은 주민들의 거친 운전습관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 끼어들기 추월 경적사용은 다반사. 하지만 희한하게도 교통체증은 없다. 렌터카는 대부분 작고 오래된 것이고 전부 수동기어다.
카타니아 유럽의 모든 도시가 그렇듯이 조상의 유물과 문화를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해변에서는 모래 대신 화강암 위에 테라스를 만들어 해수욕과 일광욕을 즐긴다. 시내 중심거리에는 상점과 식당이 늘어서 있고 가로수가 드리워져 있어 연인과의 산책길로 그만이다. 대부분의 집은 옛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내부만 수리해서 사용한다. 카타니아 근교에 산타루치아의 무대 시라쿠사 유적지가 있다. 시칠리아의 역사는 외세의 침략사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시라쿠사에는 고요와 묘한 정적이 감돈다.
에트나 카타니아에서 니콜로쪽으로 가다보면 시칠리아의 지붕인 에트나산이 나타난다. 몇년전에도 거대한 용암을 뿜어댔던 해발 3,300m가 넘는 활화산이다. 두려움과 호기심으로 정상에 오른다. 1,923m까지는 차, 거기서 2,606m까지는 케이블카를 이용한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다시 버스를 타고 정상부근까지 오른다. 정상은 한여름에도 영하의 날씨. 미처 옷을 준비 못한 사람을 위해 두꺼운 외투나 등산화를 빌려준다. 2,920m까지 오르면 가이드가 안내를 해 주지만 위험하다는 이유로 정상 바로 밑에서 하산하게 한다.
메시나 메시나는 신시가지가 조성돼 고대와 현대의 멋을 동시에 간직하고 있다. 시칠리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항구이다. 돌고래가 인상적이었던 영화 「그랑 브루」의 배경이 여기다. 이탈리아 반도에서 불과 3㎞ 떨어져 있어 밤이면 본토의 야경이 바다를 가로질러 눈앞에 펼쳐진다. 동양인을 신기한듯 바라보며 웃는 젊은이와 기타를 빌려 노래라도 한곡 부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엔나 시칠리아 내륙의 대표적인 지역으로 섬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도시다. 1307년 911m의 고지대에 건설되었으며 외세의 침략을 방어하기 위해 만들어진 탓인지 견고하면서도 선한 인상을 준다. 도시 꼭대기에 성이 있는데 현재는 박물관과 공연장으로 사용된다. 카타니아에서 팔레르모로 가는 고속도로 중간에 있지만 일부러라도 국도를 이용해 둘러볼만 하다.<시칠리아(이탈리아)=김재현 기자>시칠리아(이탈리아)=김재현>
◎가는 길/직항편없어 로마 경유해야
서울에서 시칠리아까지는 직항편이 없다. 서울에서 로마를 경유, 팔레르모나 카타니아로 가는 국내선을 갈아타는 것이 가장 좋다. 서울에서 로마까지 11시간, 로마에서 시칠리아는 1시간 30분 걸린다. 시칠리아행 직항편 요금은 50만 리라(약 27만원·100리라는 원화 약 54원). 대한항공이 알리타리아(Alitalia)항공과 연계되어 있으므로 떠나기 전에 미리 구입하는 편이 안전하다. 배나 바다를 건너는 기차편을 이용해도 재미있다. 시간은 다소 걸리지만 이탈리아 반도와 지중해를 완상할 수 있다. 로마에서 특급열차를 이용할 경우 12시간, 일반열차는 15∼16시간 걸린다. 요금은 1등석 왕복이 15만∼20만 리라, 2등석 왕복은 8∼12만 리라다.
◎음식/해물요리 등 우리입맛 맞아
시칠리아 음식은 해물요리가 주를 이루는데다 다른 이탈리아 음식과 마찬가지로 간이 있어 우리 입맛에 맞는다. 가장 흔한 음식은 「카포타나」. 가지와 피망을 토마토와 함께 조리한 음식으로 제법 맛이 있다. 시칠리아만의 특이한 맛을 원한다면 아랍식을 응용한 생선요리 「쿠스쿠스」를 권할만하다. 이탈리아 음식의 대명사격인 스파게티나 피자는 다양한 종류가 있으나 국내에서 먹던 것보다 훨씬 얇고 짭짤하다.
◎숙박/특급호텔 1박에 30만리라
팔레르모의 호텔은 2인 1실 기준으로 특급은 1박에 30만리라 중급은 15∼20만리라. 5∼10만 리라의 저렴한 호텔도 흔하다. 인근에는 각종 오락시설이 완비된 복합 레저타운 시타 델 마레(Cita Del Mare)가 있다. 바다에 인접한 카타니아의 호텔은 팔레르모보다 저렴하다. 현관이 있는 앞면만 보지 말고 호텔 뒷편으로 바다와 수영장이 있는지 확인하고 선택한다. 시내에는 번화가에 위치한 엑셀지오(Excelsior)호텔을 권할만하다. 내륙지방은 특급호텔 대신 방갈로 형태의 다양한 방과 작은 호텔 뿐이다. 그나마 숫자도 적어 예약하고 찾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의할 점/택시탈때 바가지 조심
치안이 잘되어 있어 밤에 돌아다녀도 위험하지 않고 특별히 주의할 점은 없는 편. 단 택시는 바가지를 쓸 수 있으니 반드시 미터기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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