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호황 경계심·동남아사태 겹쳐/당분간 불안정한 조정국면 예상27일 폭락장세를 보인 미 뉴욕증시 여파가 일본 홍콩 유럽 한국 등으로 도미노현상을 일으키면서 전세계가 금융공황에 빠져들었다. 세계최대 금융시장인 뉴욕증시는 87년 「블랙먼데이」이후 10년만에 또다시 악몽을 재현했고, 아시아에서 가장 안정된 시장이었던 일본증시도 정부가 긴급조정에 나서는 비상사태를 초래했다. 한국도 종합주가지수가 92년 8월 이후 최저인 500선밑으로 무너지는 등 공황국면이 계속됐다. 세계증시 폭락의 원인과 실태, 전망 등을 3차례로 나눠 연재한다.<편집자 주>편집자>
7월 태국의 바트화 평가절하로 촉발된 동남아 금융위기가 아시아 금융중심지 홍콩에 이어 세계 최대 금융시장인 미국 뉴욕의 월(Wall)가로까지 파급됐다. 27일 뉴욕증시는 87년 10월19일의 악몽 「블랙 먼데이」를 10년 1주일만에 재현하며 사상 최대의 주식낙폭을 기록했다. 뉴욕증시의 대표지수인 다우존스는 이날 전날대비 554.26포인트가 하락, 87년 당시의 하락폭 508포인트를 경신하며 7,161.15로 장을 마감했다.
뉴욕증시파동은 곧바로 전세계 주식시장에 일파만파의 지각변동을 불러왔다. 홍콩 항생지수는 28일 상오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1만포인트는 물론 2년만에 처음으로 9,000선이 무너졌다. 일본 도쿄(동경)증시는 개장 즉시 전종목이 하락세로 돌아서며 상오중 1만7천엔선이 무너졌으며 이에 도쿄증권거래소는 91년 걸프전 이후 처음으로 이사장명의의 긴급담화를 발표하기도 했다. 프랑스 독일 브라질 아르헨티나의 주식시장도 연쇄폭락했으며, 캐나다 멕시코는 거래가 1시간 이상 중단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전세계를 「금융공황」으로 몰고간 이날 뉴욕증시 파동은 미 경제의 장기간 호황에 따른 투자자들의 경계심리와 홍콩의 금융파동에 따른 투매사태가 맞물리면서 촉발됐다. 즉 그동안 기업 수익력에 비해 과도한 상승곡선을 그렸던 뉴욕주가에 대한 조정(Correction)국면이 시작된 것이며 최근 동남아 사태가 이를 부추겼다는 설명이다. 이를 반증하듯 이날 주가하락을 선도한 종목은 아시아지역과 거래가 많은 미 최대 반도체 칩회사 인텔사를 비롯한 정보통신업체와 교통, 운수업종 등이었다. 아시아 패닉이 반영된 것이다. 이미 뉴욕증시는 지난해 말 전망치보다 11% 이상 높은 가파른 상승세를 계속해왔고, 9월 발표된 미국내 신규주택건설지수도 예상보다 높게 나타나 경기과열 및 인플레, 금리인상 등이 우려돼온 상황이었다.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이달초 미 의회에서 『지난 2년간의 주가상승은 분명히 비현실적인 것』이라며 경기과열에 따른 충격을 경고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에도 불구, 뉴욕증시파동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낙관론이 우세하다. 동남아 금융사태 이후 자금이 미 연방정부 채권 등으로 속속 유입되면서 금리의 안정기조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30년만기 미 재정증권 수익률은 증시폭락 이후 6.16%를 기록, 전날보다 오히려 0.11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증권시세는 지난해초 이후 거의 최고수준이다.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도 이날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의 저인플레 저이자 고성장 정책에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혀 미 주식시장의 단기회복 가능성을 더욱 높여주고 있다. 말하자면 당국의 금리개입으로 주가가 폭락했던 홍콩과 달리 미국 증시는 미 당국의 든든한 금리안정기조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매도심리는 곧바로 증시 흡인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추측이다.
미국 오펜하이머 투자회사의 마이클 메츠 연구원은 『지금이 투자하는데 최적의 시기』라며 『뉴욕증시가 정상화하면 다른 나라 증시도 곧 안정을 찾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아시아의 통화위기가 미국까지 건너온 이번 사태로 세계경제는 일단 상당기간 불안정한 상황을 연출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일부 경제력이 취약한 국가들은 엄청난 피해를 입을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황유석 기자>황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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