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부터 안나의 귓속에는 난쟁이가 살고 있었다. 여섯 번째 생일이 지난 어느날 저녁, 안나는 침대 옆에서 하품을 하며 꽃무늬 담요를 막 걷어내려던 순간, 난쟁이를 보았다. 아주 작은 난쟁이가 분홍색 장미꽃 무늬 위에 앉아 있었다…』이렇게 시작되는 오스트리아 작가 크리스티네 뇌스틀링어(61·여)의 「머릿속의 난쟁이」는 난쟁이와의 우정을 통해 삶의 어려움을 이겨나가는 소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안나는 이제 막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그러나 부모가 이혼했기 때문에 주말에는 엄마 아빠와 한 주씩 번갈아가며 지내는 등 하루하루 복잡하게 살아간다. 그래서 조숙하고 생각이 많지만 외로움을 잘 타며 특히 단란한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절실하다.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난쟁이는 안나가 숙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든가 어려운 상황을 만날 때마다 지혜를 발휘한다. 이 작품은 「환상소설」 계열이지만 진정한 현실로부터 결코 발을 떼지 않는다. 그 현실이란 갈등하고 괴로워하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안타까워하는 한 꼬마의 내면세계다. 그것은 어른들의 세계로부터도 그리 멀지 않다. 안나는 난쟁이의 도움으로 미운 친구를 사귀기도 하고 좋아하는 친구의 마음을 붙잡기도 한다. 그리고 마침내는 정겨운 가족을 어느 정도 되찾게 된다. 유타 바우어의 흑백삽화가 독특하다. 전문번역가 유혜자씨가 옮겼다. 초등학교 3학년에서 중학교 2학년 정도까지 읽기 좋겠고, 어른도 나쁘지 않다. 사계절 아동문고 31, 5,000원.<이광일 기자>이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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