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증시 추락→환율폭등→자본유출→신용위기→실물경제악화 우려세계증시의 대폭락으로 국내금융시장이 「준공황」상태를 맞고 있다.
금융시장 혼란을 처음 겪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사태는 해외의 충격이 즉각 국내에 전염되고 외환 자금 주식 등 부문시장간 악순환의 사슬이 더욱 공고해진다는 점에서 과거 폐쇄경제시절의 금융불안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개방시대의 첫 금융위기인 셈이다.
87년 미국의 「블랙먼데이」는 국내증시에 영향을 주지 못했고 89년 12·12조치때의 증시폭락도 외환위기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자본시장개방 및 외환자유화이후 처음 맞는 이번 금융위기는 국내와 해외, 그리고 금융시장간 장벽이 철폐됨에 따라 해외증시폭락→국내증시추락→환율폭등→자본유출→국가신용위기→실물경제악화등 충격이 무차별적으로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외환시장
28일 원화의 대미달러환율은 장중 한때 기준환율보다 21원이나 높은 957원60전까지 치솟아 국내 외환시장 사상 처음으로 하루 변동허용폭(2.25%)까지 상승했다. 홍콩증시폭락사태가 발생한 24일 930원선을 깬 환율은 27일엔 940원에 이어 이날 950원까지 돌파, 3일(개장일수기준) 연속 10원벽을 깨는 「기록적 폭등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한 외환딜러는 『팔자는 없고 오로지 사자만 있다』며 『시장만 있지 거래는 없는 준공황상태』라고 말했다.
환율폭등은 이제 스스로의 제동력을 완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외환시장은 투기적 가수요와 선취매만 있는 완전한 환투기장으로 변모했다. 950원벽이 깨지자 당국도 『대안이 없다』며 사실상 개입을 포기, 방어능력의 한계점을 자인했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정부와 투기세력과의 대결구도에서 과도한 개입이 투기심리를 부추길 수 있다』며 대응전략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금의 환율폭등은 주가폭락과 서로 맞물려 돌아간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개방경제가 만들어낸 주가-환율의 연결고리는 평상시엔 상호안정을 극대화시키지만 위기국면에선 폭락과 폭등을 확대재생산하는 메카니즘을 갖고 있다. 따라서 외국인들과 국내투자자들의 동반이탈이 모두 멈추지 않는한 환율위기도 진정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자금시장
환율 주가의 폭등락으로 금리도 극도로 불안한 상태다. 풍부한 유동성속에 단기금리는 안정세에 있지만 회사채·기업어음(CP)유통수익률은 매일 0.1%포인트 가까이 상승하고 있다. 증시침체로 상장·증자가 봉쇄된 기업들로선 금리상승으로 회사채 발행도 어려워져 자금난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금주들어 기업들의 회사채발행 순증물량은 마이너스 30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실물경제
홍콩증시폭락이 지구 반대편에 있는 미국증시붕락으로 이어진 이유는 동남아국가에 투자 또는 거래하고 있는 미국기업들의 수익악화에 대한 우려감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세계증시, 특히 동남아 외환위기는 이 지역 거래의존도가 높은 국내기업들의 수출 및 투자수익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우리나라 수출의 동남아비중은 약 27%. 투자도 단일지역으론 최대를 차지하고 있다.
홍콩은 특히 국내금융기관들의 최대 그리고 마지막 자금조달창구이다. 한 은행외자관계자는 『홍콩금융시장의 붕괴로 국내금융기관들의 차입여건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대외신용위기
주가폭락과 환율폭등의 최종귀착점은 국가신용의 위기다. 주요펀드들의 아시아시장에 대한 전망이 비관적인 가운데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자금이 대거 이탈한다면 이는 중대한 국가적 신용위기로 연결될 수 밖에 없다. 멕시코사태는 주가폭락→환율폭등→외국자금이탈→보유외환고갈→대외적 파산순으로 진행됐다.
우리나라는 아직 외자이탈조짐도 심각치 않다. 그러나 주가폭락 환율폭등이 악화한다면 외국자금의 탈한국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외환보유고는 적은 반면 외채는 많고 ▲대외자산은 장기인 반면 부채는 단기가 50%를 넘는 우리나라 재무구조의 「미스매치」와 남북긴장 정치불안 등 경제외적 변수까지 감안하면 위기가 아주 멀리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한 금융계인사는 『홍콩 대만도 무너졌다. 거시적 경제기초(Fundamental)가 괜찮다고 안심하는 것은 폐쇄경제시대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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