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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당호가 살아나질 않는다

입력
1997.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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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을 따라 들어선 카페·호텔·음식점의 오폐수/지천을 통해 쏟아지는 축산농가·공장의 썩은물/녹조는 3개월째 계속되고 BOD는 요즘도 1.5PPM선/팔당호가 맑아지기는 커녕 계속 썩어가고 있다팔당호가 더럽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그래서 팔당호의 오염은 더이상 새로운 문제가 아니다. 지금 문제의 심각성은 다른 데서 찾아야할 것이다. 그것은 팔당호가 맑아지기는커녕 계속 썩어가고 있는데도 별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수도권 시민의 젖줄인 팔당호. 나날이 심각해지는 오염 추세로 볼 때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팔당호는 죽음의 물로 변해 수도권 전역에 수돗물 공황을 불러올 수도 있다. 팔당호는 얼마나 더러워졌고 왜 방치되고 있는가? 그것은 누구의 책임인가? 맑은 팔당호는 과연 기대할 수 없는 것인가? 취재팀은 팔당호를 찾아 오염의 실태와 원인을 점검하고 대책을 찾아보았다.

○팔당호의 오염 실태

지난 5월 팔당호의 BOD(생화학적산소요구량)가 2.1PPM을 기록했다. 이는 86년 이래 최악의 수치로 정수처리해 수돗물로 이용할 수 있는 2급수 기준을 넘어선 것이다. 오염도가 낮아지는 9, 10월에도 1.5PPM 아래로는 떨어지지 않고 있어 당국조차 『수질 개선은 커녕 악화를 막는 데만도 힘이 부친다』고 토로하고 있을 정도다.

취재팀이 탄 한강수질검사선이 팔당호 물살을 가르자 녹색 물결에서 새하얀 거품이 일었다. 3개월간 이어지고 있는 녹조 탓이다. 물속의 식물성 플랑크톤이 지나치게 늘어나 물이 녹색을 띠는 녹조는 영양물질이 과다하게 호수속으로 흘러 들어온 결과이다. 가축의 분뇨나 생활 하수에 포함된 질소·인 등이 주원인으로, 녹조가 심한 물은 정수가 어렵고 정수과정을 거쳐도 비릿한 냄새를 풍긴다.

또 9월부터 팔당 상수원 보호구역과 바로 붙은 팔당 특별대책지역에 대한 건물 신축 기준이 크게 강화됐다고 하지만 곳곳에서 신축공사는 여전하다. 한강수질검사소 바로 옆 상수원보호구역 안에도 아파트가 올라 가고 있다. 상수원보호구역 바로 바깥의 북한강쪽 강변에는 카페와 러브호텔, 대형 음식점 공사가 수십 군데에서 진행되고 있어 한 눈에 보호구역 경계를 알 수 있다.

수질검사소 관계자는 『단속이 심해 오·폐수를 드러내 놓고 내보내지는 않지만 맑은 날 땅밑에서 물속으로 바로 통하는 비밀배출구에서 더러운 물이 흘러 들어 오는 것을 거품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태부족인 하수정화시설

팔당호 수질이 나빠지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주변의 하수 배출량이 크게 늘고 있는데도 이에 걸맞는 정화시설이 갖추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팔당 상수원관리사무소 인근의 광주군 분원리 하수처리장. 최근 눈에 띄게 음식점이 늘어난 분원리 전체의 하수를 정화처리하는 이곳에는 하루 200∼250톤의 하수가 밀려 든다. BOD가 평균 200PPM에 이르는 완전히 썩은 물이다. 하지만 이곳의 처리능력은 하루 150톤이 고작이어서 150톤은 4∼5PPM으로 정화해 내 보내지만 나머지 50∼100톤은 그대로 팔당호로 흘릴 수 밖에 없다. 92년 이 하수처리장이 완공됐을 때만 해도 당국은 100% 처리를 장담했다. 그러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빠른 속도로 하수량이 늘어나 현재 증설 공사에 들어가 있는 형편이다.

분원리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90년 지정된 특별대책지역내 7개 시·군의 하수처리율은 35%내외로 전국 평균인 52%에도 크게 못미친다. 하루 평균 21만톤의 하수 가운데 7만3,000톤만이 정화처리를 거칠 뿐 나머지 13만7,000톤은 시커먼 물 그대로 상수원으로 들어 간다. 단순계산으로는 BOD가 수백PPM에 달하는 썩은 물이 1년에 5,000만톤이나 팔당호에 흘러 든다.

○주요 지천의 방치

팔당호 오염의 주범은 유입수량 기준으로 전체의 2%에 지나지 않는 지천의 썩은 물. 정부 차원의 수질감시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운 지천은 관리 주체조차 명확하지 않아 사실상 방치돼 있다. 팔당호에서 배를 타고 남쪽으로 들어 가면 용인시와 광주군을 거쳐 흘러 들어오는 경안천이 나온다. 팔당호와 경안천이 만나는 광동다리를 지나면 물이 녹색에서 흑갈색으로 바로 바뀐다. 주변의 즐비한 축산시설과 비닐하우스, 염색공장 등의 오·폐수가 거의 그대로 흘러 든다. 시·군이 지천의 오염을 막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오염 단속이나 정화시설 설치를 위한 중앙 정부의 지원은 보잘 것 없고 규제완화를 통한 세수 증가의 유혹은 뿌리치기 힘든 게 주변 지자체의 현실이다. 시·군 단속에서는 대부분 「합격」 평가를 받지만 정부 합동 단속이 시작되면 수천개 업소가 한꺼번에 된서리를 맞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경안천의 올해 오염도는 BOD 5.3PPM. 정화해도 생활용수는 커녕 공업용수로도 쓰기 어려운 수준이다. 남양주시에서 북한강 수계로 흘러드는 묵현천은 더욱 심하다. 지난해 7.5PPM이던 수질이 올해 10.1PPM으로 더욱 나빠졌다. 배출기준인 200PPM을 두배 이상 넘는 축산폐수가 계속 흘러 드는 탓이다. 이천시의 복하천, 여주군의 양화천 등 남한강 수계의 주요 지천도 4.4∼5.2PPM으로, 4급수에도 못미친다.

○수량조절 및 상류 오염원 억제 실패

BOD 2PPM을 넘은 4, 5월의 팔당호 오염 실태는 충격적이었다. 『봄철 가뭄으로 상류의 소양·충주호 방류량이 줄어 팔당호에 물이 오랫동안 머물러야 했기 때문』이라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었다. 평균 6, 7일 동안 머물다가 하류로 흘러가야 하는데 가뭄때면 20여일이나 팔당호에 갇혀 있어 썩을 수 밖에 없다는 것. 그러나 전문가들은 가뭄에 대비한 체계적인 수량관리가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해 줄 것이라고 지적한다. 소양호에서는 한해 12억톤, 충주호에서는 33억8,000톤의 물을 팔당호로 내 보낸다. 올봄 강수량은 예년의 75% 수준이었지만 소양·충주 등 상류 주요 호수의 방류량은 예년의 4분의 1에도 못미쳤다.

상류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도 팔당호의 오염과 부영양화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한강수질검사소의 조사결과 남한강 상류인 강원 원주시 인근 섬강의 경우 하루 총질소 24,472㎏, 총인 9,611㎏을 발생시켜 한강 지천 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강수질검사소 최성헌연구관은 『개발이 가속화하고 있는 상류지역의 오염물질을 원천적으로 막지 않으면 녹조 등 수질위협 요인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이상연 기자>

◎주변오염원 90년대 급증/골프장·음식점 7년새 각각 2,3배로/아파트단지 99년까지 59곳 예정

팔당호의 오염원은 90년대 들어 크게 늘어 났다. 우선 90년 40만1,000명이던 주변 인구가 97년 53만5,000명으로 늘었다. 위락·유흥시설 번창으로 인한 관광객 등 유동 인구 증가는 파악조차 힘든 실정이다.

스키·골프장과 관광단지 등 위락시설은 90년 8곳에서 97년 18곳으로 늘었고 2,030곳에 불과하던 숙박시설과 음식점은 7,020곳으로 3.5배나 많아졌다. 특히 숙박시설과 음식점은 대부분 강변에 모여 있다.

부영양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축산분뇨를 내 보내는 가축도 34만4,000두에서 44만1,000두로 10만두 가까이 늘었다. 축산시설은 남·북한강 지천과 경안천 주변에 집중돼 있다. 공장 등 산업시설도 180곳에서 533곳으로 크게 늘었다. 산업시설은 경안천 인근 용인시와 남한강 수계의 양평군 등에 산재해 있다.

환경단체는 골프장과 아파트단지를 새로운 오염원으로 지목하고 있다. 광주군과 이천시 등 팔당특별대책지역내에는 현재 14개의 골프장이 있고 17개가 건설중이어서 곧 심각한 오염원으로 등장할 전망이다. 또 99년까지 남양주시 등 팔당특별대책지역내 59곳에 새로 들어설 예정인 아파트단지도 팔당호를 위협하고 있다.<이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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