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와 자민련간의 공동집권을 위한 후보단일화와 내각제개헌협상이 전격 타결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김대중 총재가 대선에서의 단일후보를, 김종필 총재는 내각제개헌과 정권의 공동운영을 서로 보장받는 철저한 권력분점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두 김총재는 공동정권안에 전격합의한 것은 국가와 민주정치의 발전, 그리고 정권교체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철저한 권력 나누기여서 씁쓸한 느낌을 준다. 연대합의로 김대중 총재는 단일후보권의 확보와 함께 색깔시비를 차단하고 보수세력을 끌어들이는 길을 열었고 김종필 총재는 총리직과 전체각료의 절반 확보 및 내각제로 세력기반을 보장받은 것이다.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이번 합의에서 불합리한 여러 문제점과 모순을 발견하게 된다. 우선 선거전략을 위해 헌법손질을 담보로 한 점이다. 한 나라의 권력구조는 역사와 문화와 관습, 국민의 선택, 국내외 여건 등에 의해 종합적으로 결정되는 것임에도 후보단일화를 위해 개헌을 하겠다는 것은 정략적 야합이다. 이런 식이라면 대선때마다 개헌을 해야 한다는 얘기 아닌가.
다음 양당이 권력을 마음대로 나누기로 흥정한 것은 국민을 모독하는 처사다. 집권이란 흥정대상이나 이긴 자의 노획물이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국가 경영의 대임을 위탁받는 것이다. 또 권력 나누기보다는 양당이 공동집권때 실천할 통일과 경제 등에 대한 정책연합안을 냈어야 했다.
어쨌든 DJP연대가 대선서 승리할 경우 김대중 대통령―김종필 총리체제는 1년10개월간 한시적으로 유지된다. 이어 99년말까지의 내각제 개헌약속도 그렇다. 대통령이 제안한다 하더라도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의석을 모두 합쳐도 통과선(3분의 2)은 커녕 재적과반수도 되지 않아 결국 야당의원들을 설득, 회유하거나 무리하게 끌어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내각제 실시에는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공무원체제의 확립, 완전한 지방자치구현, 정당의 당내민주화 등이 선결돼야하며 각 당과 정치인들에게 내각제에 대한 훈련과 계몽기간이 있어야 한다. 더구나 여론이 따르지 않을 경우에도 개헌을 할 것인지도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또 끝내 내각제 개헌이 국회나 국민투표에서 거부될 경우 그 후에도 양당은 권력분점을 계속 유지할 것인지도 숙제가 될 것이다. 일부에서는 김대중 총재가 지나치게 양보한 것을 두고 오로지 집권의 숙원을 풀겠다는 뜻이라는 해석과 어차피 지키기 어려운 것이어서 선심을 쓴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김대중 총재는 김종필 총재에 이어 박태준 의원과도 연대, 보수와 산업화 세력에다 중부와 TK지역까지 엮어 40%이상의 지지율을 확보하기 위해 박차를 가함으로써 대선판도에 큰 변화를 일으킬 듯 싶다. 열쇠는 DJP연합, 그리고 박의원까지 포함한 DJT연합안을 이룩한 후에도 국민을 얼마나 설득할 수 있을 것인가에 달려 있다. 유권자들의 선택은 그만큼 복잡해지고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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